013. 불면증

가위에 눌렸다. 언제쯤 끝날까.

by 조현서

불면증이 왔다. 각설이가 작년에도 오고 올해에도 오듯이 불면증이 찾아왔다. 불면증은 소리 소문 없이 불쑥 어느새 내 옆에 있다. 불면증의 증상은 제각각이지만 나는 끊임없이 가위에 눌린다. 가위에서 벗어나서 자려고 하면 다시 가위에 눌린다. 밤부터 새벽까지 계속되고 새벽 6시 즈음에 끝난다. 정신적으로 피폐하다 보니 밤을 새운 것보다 더 피곤하다. 다음날의 일정도 싹 망친다.

가위에 눌리면 몸이 안 움직인다. 눈도 감을 수 없다. 몸을 얼려놓은 것처럼 꼼짝할 수 없다. 눈이라도 감긴 채로 얼리면 좋으련만. 내 의지가 완전히 박탈된 채로 주변 모든 환경을 수용해야만 한다. 내가 가장 고통스러운 이유이다. 내가 처하는 온갖 상황 - 검은 천 같은 존재가 돌아다니는 것,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날 바라보는 것, 온갖 기괴한 소음이 내 방을 울리는 것- 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공포스럽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혹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견딜만할 텐데 그렇지 않다. 어느 순간 우리 집 근처에 각설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불면증은 언제 더 이상 날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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