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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Jul 25. 2018

028. 호스텔 엘프-상

500cc 병맥주를 800 원에 파는 호스텔

  하루 밖에 머물지 않았지만 호스텔 엘프는 여행 중에 가장 뇌리에 강하게 남은 공간이다. 우선 카운터 뒤 냉장고 안 맥주가 단돈 25kc 이다. 화요일과 수요일 저녁에는 가격을 심지어 50% 할인한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저녁 7 시부터 무료 소세지 바비큐때문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스웨덴에서 온 비건부터 캐나다에서 온 대학생까지 엄청나게 다양했다. 바비큐는 곧장 술판으로 변했고, 모두다 카드 게임을 즐기면서 맥주를 연거푸 마셨다. 담배도 엄청 폈다. 그 곳은 담배 없이는 정의하기 어렵다. 담배를 피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그 공간도 사라질 것 같았다. 시간이 11 시가 넘어가자 나와 같이 카드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클럽으로 향했고, 나는 다음날 보헤미안-스위스 국립공원 트래킹 일정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성북구에서 온 JOE(한국 이름을 까먹었다)는 잘 놀았을라나?

   다시 테라스에 가서 눈물 섞인 맥주를 마시는 데 앞에 빨간색 머리의 여자가, 옆에는 수염 기른 아저씨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아직도 그 빨간 머리의 여자가 잊히지 않는다. 손에 담배를 두 개비를 쥐고 번갈아가며 피는 그 모습.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힙함을 그녀가 모두다 취했다. 어떤 영화의 영화배우보다도 멋져 보였다. 앞에 수염난 아저씨가 이에 대해 질문했다.

한번에 두개비를 펴?
맛이 다르니까

  아. 그곳에 있는 모두 다 인정했다. 맛이 다른 두 개비의 담배를 순식간에 다 피우고 맥주로 목을 축인 뒤 또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호스텔의 분위기가 곧 그녀의 분위기였다.  옆에 수염난 아저씨는 바깥에 나갔다 오더니 눈이 풀린채로 돌아왔다. 뭘 한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호스텔 엘프에서의 경험은 여러 모로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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