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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Jul 23. 2018

027. 직업으로서의 스카이다이빙.

누구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스카이다이빙.

  스카이다이빙으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줄 알았다. 내 한계를 뛰어넘거나 그런 비슷한 일이 펼쳐지는 걸 기대했다. 하지만 사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만 오천 피트에서 뛰어내리는 건 분명 해볼만한 경험이지만, 인생을 바꿀 계기는 아니었다. 좀 더 자신감이 생긴다는 거 정도?

  프라하에서의 스카이다이빙은 기계 공정같은 과정을 거친다. 업체의 차에 타고, 도착해서 서류에 서명하고, 옷을 입고, 교육을 받고, 비행기를 타고, 점프한다. 내 의지가 반영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부속품처럼 공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하늘 안에서 허우적거리고있다. 뛰어내리고 팔을 허우적거리는 행위는 내 인생을 바꿀 정도의 일은 아니다. 분명 짜릿하고 재밌었지만 평생동안 기억에 남을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평생 못 잊을 짧은 대화를 나눴다. 내 비명을 다이빙 내내 견딘 펠릭스와 잠시 동안 나눈 대화이다.

 하루네 몇 번 점프해?
 “15번?”


  무려 15 번의 점프. 나와 함께한 점프는 15 번의 업무 중 첫 번째 업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에게 하루란 15 번의 비행기 탑승과 스카이다이빙의 반복이다. 누군가는 스카이다이빙을 단순한 유희로 즐기지만 누군가는 묵묵히 15번을 비행기에 오른다. 아무도 그들의 비행을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관광객의 짧은 다이빙은 인생을 뒤바꿀 경험이라 하지만 그들의 계속되는 다이빙은 주목받지 못한다.

묵묵히 걸어나가는 삶이란 이들의 스카이다이빙 같은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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