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심의 바보와 Cheers beer

by 이백구십칠

시기심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임을 기억하라.

상대방으로 인해서 당신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거기서 무엇인가 배우는 것이다.

당신의 발전을 위해 시기심을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시기심을 다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김혜남, 걷는나무.2009>




Cheers beer. 몇 년 전 치앙마이를 여행하면서 발견한 기분 좋은 이름의 맥주이다. 누군가에게 경쾌하게 축배를 건네는 듯한 이름이 귀여워서 여행 기간 내내 길거리 주전부리와 함께 마셔대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침 그 여행은 이직한 회사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우여곡절 끝에 꽤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직후에 여기저기서 축하의 인사를 받으며 홀가분하게 떠난 여행이기도 했다. 아내 역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했는지 알기에 여행 내내 축하의 건배를 해주며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여행을 만들어 주었다. 나에게 Cheers beer는 그냥 맥주가 아니라 ‘축하의 맥주’이기도 한 셈이다.

여행 앨범을 뒤적거리다 당시의 사진들을 다시 보니 그때의 기분 좋은 추억과 함께 문득, 축하라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제 어엿한 중년의 나이에 도달했지만 아직도 내 안에는 미성숙한 감정들이 존재한다. 비교, 시기, 질투와 같은 이름의 것들. 자못 어른스럽지 못한 감정들이다. 어디 내보이기 부끄러운 이런 감정들은 적어도 20대엔 털어버려야 할 것들인 듯싶은데 여전히 내 안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발현되어 흠칫 놀라곤 한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희비의 순간이 찾아온다. 사소하게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아이디어는 혹평을 받는 순간. 공들여 준비한 프로젝트 제안에 대한 수주 혹은 탈락의 순간. 오랫동안 준비해 내놓은 상품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엇갈리는 순간. 혹은 누구나 탐내는 중요한 프로젝트의 리더 역할에 누군가가 선택되는 순간 등 말이다.

이러한 희비의 순간에 누군가 성공을 맞이 하게 되면 우리는 기꺼이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그가 성공의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얼마나 고생했을지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성공하는 누군가에 비해 아직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가 극적으로 비교되며 마냥 축하해 줄 수만은 없는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아직 얻지 못한 누군가의 성공을 질투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네지 못한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하며 마음속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예전에 광고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웹소설 플랫폼에 대해 공부를 할 일이 있었는데, 웹소설 작가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알게 되었다. 바로 '뱀심'이라는 표현이다. 질투심과 비슷한 마음으로 흔히 '다른 작가가 잘 되는 모습을 못마땅해 하는 마음'으로 쓰이는 듯하다. '비교, 시기, 질투'와 같이 늘 듣던 언어가 아닌 '뱀심'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규정하고 나니 내 안의 감정들이 얼마나 해로운 것들이었는지 환기된다. 뾰족한 감정을 오래 품고 있으면 마음 안쪽에 상처가 생긴다. 그리고 더 오래되면 딱지가 생겨 아픈 줄도 모르게 될 것이다.


각자의 하이라이트는 시기와 모양이 다르다. 그러므로 나의 평범한 날과 누군가의 하이라이트를 비교하지 말자. 그런 순간 순수하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 언젠가 찾아올 나의 하이라이트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 있다.

누군가의 성공에 진심으로 축하의 건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에게 배워 스스로를 더 제련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성공의 순간을 맞이한 누군가에게 기분좋게 축배를 건네자.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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