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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산 Sep 13. 2022

퇴사를 마음 먹고 두 달이 지났다.

역시나 쉽지 않다.

퇴사를 고민한다는 글을 쓰고 난 후 두 달이 지났다. 아직 퇴사를 하지 못했다. 벌써 두 달이라니. 삼십 대가 되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그 당시에는 불타올랐던 마음이 조금은 식었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초심을 떠올리기 위해 새벽 5시 반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천변을 뛴다. 나태해진 나에게 주는 징벌이다. 그렇게 뛰고 나면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기분과 함께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쾌한 느낌이 든다. 입덧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다시 나의 직장으로 향한다. 원래는 20분이었던 출근 시간이 1시간으로 늘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첫째는 아내의 편안함이 곧 가정의 편안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경제 관련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운전을 하다 보면 뭔가 시간을 알차게 쓰는 기분도 들고 성장하는 기분도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는데 나의 경제 지식이 좀 늘었나? 그건 잘 모르겠다.


회사의 일은 나의 컨디션에 방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노력을 들이고 있다. 지난 1년 간 회사 내 모든 직원을 통틀어 가장 고생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배가 들어온 지금은(그들과 같은 연봉을 받는데 내가 더 희생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도 하고, 좀 이기적인가?) 좀 더 유동적으로 일을 분배하고 있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인데 회사에서는 힘들면 힘든 티를 팍팍 내야 한다. 힘들어도 묵묵히 참아가며 일을 해봤자 사실 크게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지나면 다 까먹는 것이 조직 생활이지 않나 싶다. 힘든 티를 팍팍 내는 사람은 오히려 업무 과중이 줄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업무가 과중되어 돌연 퇴사를 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에는 세상은 그래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에 묵묵히 하면 누군가는 알아주고 합당한 대우를 해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그런 곳은 음.. 유토피아에나 있지 않을까 싶다(유토피아에는 노동이란 개념이 없겠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오늘따라 유독 많이 돌아왔다) 퇴사를 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 가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돈이 없으면 자유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지금 나의 직업, 즉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쇼핑몰이나 부동산 투자 등 다른 수익 구조를 낼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던 시기다. 이제는 조금씩 시도를 해봐야 할 거 같다. 계획보다는 몸을 던져 상황을 해결하는데 익숙한 극도의 P 성향을 가진 사람이기에 죽이 되든 밥이되든 시도해보고 해결책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시간은 총알처럼 흐르고 있다.


오늘은 뭔가 푸념만 늘어놓은 글 같지만, 이 글도 결국은 오늘의 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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