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꽃 향기-힐링을 찾아서

[백합꽃 향기의 효능에 관한 담론]

by 미몽


그리고 위풍당당한 백합들이 서 있네... 그 순결한 숨결은 공기를 정화하고, 그 향기는 밤을 가득 채우네.
'A Red Rose, ' Julia C. R. Dorr


늘 수반하는 통증이지만 오늘은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문득 떠오른 백합꽃을 샀다.


백합꽃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우면 난 갑자기 활력이 넘쳤다. 활기차다 못해 *용감하기까지 한 내 모습이 부담스러워 한동안 백합꽃을 피했었다. 한번 사면 3개월은 거뜬하게 꽃 피우는 호접란을 키우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시 이사를 왔고 새롭게 집을 꾸미고 있는 와중에 백합이 떠올랐고 결국 사버렸다. 백합을 구입하는 데는 명분이 필요했다. 꽃은 사치라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고 꽃 가격이 너무나 저렴한 이곳에서도 꽃은 시들면 그만인 소매품이라는 생각에 자꾸 주저하며 생각을 여러 번 거듭한 뒤에야 합리화하며 샀다.




내가 백합을 구입한 첫번째 명분은 통증이다. 물론 백합 향기가 아스피린처럼 직접적인 진통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통증 완화에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많은 통증, 특히 만성적인 통증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심리적 긴장감은 근육이 경직시키게 되는 그 와중에 생기는 긴장성 두통이나 어깨 결림을 백합의 향기가 풀어주는 열쇠가 된다. 향기를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면, 우리 몸을 옥죄고 있던 불필요한 힘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간다. 교감신경 대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근육은 이완되고 혈액순환은 원활해지는데, 이러한 신체의 이완 과정은 통증을 느끼는 강도를 낮춰주고,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아픈 곳에만 집중하던 의식을 향기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잠시 잊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효과도 있다.


두번째 명분은 마음의 위안이다. 세상에는 화려한 색과 모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꽃들이 많지만, 백합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순백의 단아한 자태와 함께 공간을 가득 채우는 깊고 은은한 향기는 백합만이 가진 특별한 힘이다. 백합 향기의 가장 큰 효능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진정 효과에 있다. 복잡한 생각과 스트레스로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 백합 향기는 마치 명상을 하듯 고요한 평온함을 선사한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향기 입자가 뇌의 변연계를 자극해 불안하고 날카로워졌던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백합은 불면증이나 신경 쇠약에 도움을 주는 식물로 알려져 왔다. 잠 못 이루는 밤, 머리맡에 백합 한 송이를 두는 것만으로도 평온한 휴식의 세계로 들어서는 문이 될 수 있다.


결국 백합의 향기는 ‘치료’보다는 ‘위로’에 가깝다. 약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주는 대신, 우리 곁에 머물며 괜찮다고, 잠시 쉬어가도 된다고 속삭여주는 다정한 친구와 같다. 오늘, 몸과 마음이 고단하게 느껴지면서 백합 한 송이가 건네는 향기로운 위로에 가만히 기대어 보고 있다. 그 은은한 향기가 나의 고단한 하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것 같다. 그 덕분에 다시 용기가 넘치고 나를 표한하고 내 말을 쓰고 싶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행동인 글을 쓰게 된다.


*백합꽃향기가 가득한 어느날 나는 말했다. 참고 있던 내 안의 자아가 용감해진것이다. 내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나를 위해 내가 나를 항변하고 있다. 그리고 난 사직서를 냈다. 내가 가장 나다웠던 시간. 내 편인 백합꽃 향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