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에 있었던 나.
'밥 먹었어?'
'밥은 잘 챙겨 먹냐~~~'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지?'
'밥심으로 살아라~~~'
'그럼, 그렇지! (니 주제에..)'
'또? 언제까지 넌!'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너는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뭘 안다고 나서!'
"응, 먹었어~"
"응, 걱정하지 마~"
"그럼~~"
"............"
홍아!
이 모든 말들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말'이었고, 무너지게 만든 '말'이었어.
그런데 나는, 그 말을 듣던 그 '날'의 나를 왜 잊지 못하는 걸까?
그 말들에 실린 어떤 무게가 나를 그날로 자꾸 데리고 가는 걸까?
떠올려 보면 그 말을 들었던 그날의 나는
같은 무게의 감정으로 서러움을 토해내 듯
꾹꾹 눌러 담은 눈물을 쉼 없이 흘렸거든.
같은 무게의 감정으로 내 심장을 움켜쥐고 울었던 것 같아.....
이 만큼 시간이 흘러 다시 그 말들을 떠올려 보니 감정의 색깔은 명확하게 보이는데 여전히 감정의 무게는 실감되지 않는다.
따뜻한 감정의 무게와 상처 난 감정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는데,
어쩌면 그것들이 서로 맞닿아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
어떤 말로 상처를 받던 그날의 나를 보니까,
휑하게 떠오른 동공이 어떤 희망도 없는 허공에 멈춰있었어.
따뜻한 담요 한 장 덮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오들오들 떨고 있더라고...
내가 "밥은 먹었어?"라고 물어보니까,
"응, 먹었어."라며 고개를 끄덕이더라.
그리고 많이 울더라.
홍아!
쉰 해를 넘게 살았지만 아직도 나는 "밥은 먹었어?" 한마디에 무너지는 따뜻함이 그리운 사람이었나 봐.
그래서 지금, 그 모든 날의 나를 불러서 밥 먹이고 있는 중이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제 배 불러, 그만 줘~"
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