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고 있는 길과 가보지 못한 길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을 언제쯤 벗어던질까

인간은 관계 안에 있을 때 본능적으로 권력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한다. 나보다 강하거나 높은 사람에게는 굽히며 나보다 약하거나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무시한다. 매우 늦은 나이에 조직사회에 들어온 나는 연령은 상급자와 동년배지만 직급은 사회초년생이기에 여러모로 불리한 입장이다. 나이에 걸맞은 사회적 위치와 대우를 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낮은 직급의 젊은이들 사이에 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 안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다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의 지도층일 것이다. 직장이란 자고로 가면을 쓰고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행동해야 하는 곳이니까. 그런데도 가끔은 "나 원래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하고 일탈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한때 교수가 되기를 꿈꿨던 시절이 있었다. 진로를 그쪽으로 잡아서 학위코스를 밟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단하게 되었고 많은 방황을 하다가 현직장에 들어오게 되었다. 돌이켜 내가 왜 교수가 되고 싶었나 생각해 보니까 책 읽고 연구하는 게 좋기도 했지만 교수라는 직함이 주는 명예와 안정된 직장이 탐났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보니 (물론 교수님들 중에 훌륭하신 분들도 많지만) 박사와 교수가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깊이 파느라 다른 부분은 못 보는 측면도 있는 것 같긴 하다. 어쨌거나 교수로서 영향력 있는 글을 쓰시는 분들을 보면 매우 부러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나의 보잘것없는 글이나마 올릴 수 있게 브런치의 지면이 주어진 것이 감사하다. 독자를 생각해서 되도록 짧게 쓰려고 노력하는데(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남의 글을 읽어준다는 것이 보통 감사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번 길어진다. 주말 평안한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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