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속에는 깊은 우물이 있다
성인이 된 지 30년이 넘게 흘렀지만 내가 진짜 어른이 됐는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삶의 도전에 아직도 두려움을 느끼고, 내면을 나눌 동지가 없어서 이렇게 인터넷의 바다로 교신의 주파수를 쏘아보내며,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그렇게 발견되는 것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책과 경전에 코를 박고 뒤진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귀해진다지만 진짜로 주변에 마음을 나눌 지인이 가뭄에 콩 나듯이 두세 명씩만 생겨났다가 또 이사나 이직 등으로 헤어져서 인연이 뜸해진다. 밤에는 깊은 고요와 정적 가운데서 음악에 침잠하고 해가 뜨면 또 기계적으로 일어나서 출근하는 일의 반복... 그 가운데 어디에도 안식은 없다.
왜 사는지 묻는 것은 참 바보 같은 일이지만... 이제야 정말로 정(情)만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꼭 남녀 간의 애정이나 가족 간의 사랑이 아니라도 그저 일터에서 마주치는, 별것 아닌 서비스에도 고맙다고 인사하시는 할아버지들, 방긋 웃는 아기들, 길가에서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이런 주변적 존재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
생전 나의 아버지는 참 투박한 분이셨다. 항상 책을 끼고 소수의 친구분들과만 교류하며 말이 없으셨던 분. 가끔씩 내가 아버지와 너무나 닮은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곤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아버지 같은 사람이야말로 깊은 우물과 같아서 물 한번 길으려면 두레박을 한없이 내려야 하지만 그 물만큼은 시원하고 투명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오늘 밤도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