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젊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쉬움을 놓아주자
젊었을 때에는 청춘의 과제와 성장통으로 인해서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장년이 되고 보니 그 시절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 것 같다. 단순히 신체적 젊음을 유지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이 상징하는 대학 캠퍼스의 낭만, 순수하고 풋풋한 사랑, 비전과 꿈을 좇는 열정까지 말이다.
나의 경우 대학과 대학원 시절 내내 문학도였다. 산을 끼고 지은 캠퍼스는 봄여름이면 꽃과 초록의 물결로 뒤덮였고 가을에는 단풍이 노랗고 붉게 물들었다. 나는 그 캠퍼스의 노곤한 오후면 영시를 읽어주시는 교수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엉뚱한 생각에 빠지곤 했고 도서관에서 두꺼운 노튼 영문학 벽돌책을 공부하며 책 속의 등장인물들과 상상 속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우리의 지리멸렬한 의식주와는 동떨어진 것 같은 이 비현실적인 문학의 세계 속에서 나는 홀로 즐겁고 행복했다.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립다. 돈벌어 먹고 살 걱정 없이 오로지 예술과 학문만을 논하던 그 찬란하고도 사치스러운 계절이.
나의 또 다른 열정은 영화였는데 지금은 별로 영화를 보지 않지만 유학까지 가서 공부할 정도로 영화에 몰두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취미로도 학문으로도 결코 내가 능한 분야가 아니었다. 카메라워크도 잘 몰랐고 비평이론에도 약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상식적인 인상비평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만약 지금이라도 다시 파고들면 잘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바쁜 직장인으로서 그럴 시간이 없다. 그렇지만 유학 가서 보고 배운 지식들은 내게 큰 자산이 되어주었고 타국에서의 유학생활도 나의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배움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가족모임에서 어른 티가 나는 조카들을 보면서 문득 "이제 나의 시대는 저물고 2세들의 전성시대가 열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성세대에서도 한참 윗세대가 된 이 나이, 젊음이 그립지만 이제는 새로운 세대들의 젊음을 축하하고 무대 주인공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승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