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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세 Mar 19. 2020

여성에게 종교는 없다 7

혼자 애썼던 순간들

  찬양팀에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시기에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지옥의 정신승리와 혼자 감내하고 싸워야 했던 순간들이. 매거진비 원고를 하며 그 순간들이 자꾸 떠올라 쌓여있는 이야기들을 제쳐두고 그냥 적어 내려가기로 했다.


오랜만입니다만, 이런 얘기라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7탄 시작합니다.



7탄 : 교회 내 걸어 다니는 불화, 논란의 중심 할세를 소개합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찬양팀에 속해있었다. 2015년은 어떤 해였나, 그렇다 메갈리아가 있었다. 난 메갈리아에 있으면서 신나게 남혐을 습득했다. 그땐 남혐도 엄청나게 급진적인 주장이라 남혐이 아니라 여혐혐이다 라는 말도 있었다. 무튼 그랬다. 2015년과 2016년엔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낼 수 없었다. 페미의 p(무슨밈인지아시죠) 자만 꺼내도 바로 메갈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빻은 소리임을 알아도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온라인 상에서의 분란들이 피곤해 살짝 플로우를 놓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생이 나를 붙잡았다. 지독한 여혐과 지겨운 남성들. 숨 쉴 구멍이 필요했다. 다시금 커뮤니티를 통해 생각들을 복기했다.


 2017년 슬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때 새로 들어온 남자 청년들과 많이 싸웠다. 유독 심한 남자들이 많았다. 연차도 쌓였겠다, 페미니즘도 충분히 공부했겠다(그때 그렇게 생각했다) 싸울만했다. 2년 동안 참았기에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그리고 부작용은 금방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2년간 페미니즘을 접한 후 책을 읽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정리도 하면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회 내에선 익숙지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일단 친구들이 먼저 불편하다는 소리를 했다. 그리고 찬양팀 내에서도 이대론 안된다 싶었는지,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거의 할세 vs 다수의 지저분한 토론을 하게 된다. '예쁘다 라는 말은 성차별적인 말이니 하지 마라'라는 얘기로 1시간을 떠들었다. 남성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행보와 생각 변화는 그 당시 트윗을 발췌해 노골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약간의 수정과 검열을 하긴 했지만, 조금 우울할 수도 있고 뒷계였던 계정도 섞여있어 욕설이 포함되어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주의.


2017년 5월

결국 자리가 만들어짐 교회 공동체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와 무례함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양보했다, 이해했다 라고 말해줬지만 나는 이해한 것도 양보한 것도 아니다.  포기한 거지. 외모 얘기를 하지 말라, 서로의 모습을 그대로 사랑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했을 때, 정말 친한 친구와 무의식 중에는 나올 수 있다. 강요하지 말라 라고 하는 말엔 진짜 힘이 쭉 빠짐 생각하고 말하자는 게 이렇게 둥기 둥기 하면서 말할 일인가? 일대 다수는 너무나 힘들다. 그나마 내가 나이라는 권력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지 이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면 나는 말하는 것을 주저했을 것이다. 사람이 이렇게 분열적이고 모순적이다. 나는 중간부터는 포기했음. 이들에게는 더 이상 그런 말들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 잠재적 아군이니 좋게 말해요! 설명해줘요! 알려줘요! 우리는 열려있어요! 응 그래 어쩌라고.... 좋게 좋게 끝내자라는 분위기에서 안 즐거운데 웃지 말자 라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거운 분위기를 풀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나도 몇 번 동참했지만 웃지 않고 울지 않고(실패했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하고 말하자고 외모 평가하지 말라고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고 사적인 것이 결국 공적 영역으로 번지는 것인데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이해할 수 없음. 사실 이 말을 한 놈이 남초를 한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어서 나를 보며 메갈련 쉬읶 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럼 정말 가망 없다 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는 하고 있음.

예쁘다고 말한 것이 결국 상대를 내가 평가한 이야기이니 성차별적이다 하지 마라 라는 이야기를 1시간 반 동안 해야 했고(결국 예쁘다는 것은 성차별이 아니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갔지만.....) 자신은 성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당당의 사고의 남자들을 상대하느라 너무나도 피곤하고 피로한 싸움이었음.... 결국 나는 진 것일까? 이들을 설득하기엔 이들이 너무나 무지하고 자신들은 잠재적 아군이니 좋게 좋게 이야기하자 라는 말을 들으니 정신이 심히 멍하다. 예쁘다는 말이 성차별이니 아니니 하는 걸 오랜 시간 이야기하는 거에서 나는 체념하고 포기했다. 내 자리에서 싸우는 것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싸우지 이렇게 의미가 없다면 과연 내가 내 에너지를 써가며 싸워나가야 할까? 무기력해진다. 아니 어떻게 당당하게 자기가 성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냐곸ㅋㅋㅋㅋ 진짜 이 나라 남자들 답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 안에 내재된 여성 혐오와 차별을 자각하지 못하다니 절망스러운 수준이었음.


내가 평소에 여혐 지적하는 것들이 남들한텐 또 상처가 됐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정말 무지한 사람들한테 내가 못된 짓 한 사람이 되어버렸는데 대체 방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무지도 권력이고 좋은 말로 말해야 한다 것이 내가 약자임을 계속 생각하게 함. 물론 나의 친구들은 내가 하는 것이 절대로 틀리다 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할 일까지 하고 있어 줘서 고맙다고 해줬다. 하지만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타협점은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것은 교회 공동체에서 일어난 일이다. 사실 난 타협하고 싶지 않다. 내가 왜 미안해해야 하지? 여혐 하며 살면 세상 더 쉽게 살 수 있지. 더 재밌는 사람 취급받을 수 있고 유쾌한 사람 될 수 있음. 근데 싫다. 내 태도를 보면 페미니즘은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고 내 행동, 내 말 하나 때문에 페미니즘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채 별로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다라고 대답함. 결국 얘기는 어떻게 저떻게 잘 끝났지만 이건 잘 끝난 걸까. 결국 울면서 내가 이런 것을 굳이 증명해야 할 때 약자인걸 인지하게 되고 그게 너무 화가 난다고, 내가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과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는데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니 기분이 별로라고 약자의 모습으로 말해버림. 내가 말하는 것들은 남을 찍어 누르는 것 같다 라는 말을 들었고 사실 어찌 보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들보단 나보다 나이가 적은 남자들의 수가 많고 그들이 더 내 눈에 자주 보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지적을 더 많이 하긴 한다. 어떻게 보면 나도 나이라는 권력을 사용해서 지적을 하는 걸 수도 있지. 하지만 역시 좋게 말하는 것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다. 네가 하는 것은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야 라는 투의 말도 들어서(그런 의미가 아니라 했지만) 갑자기 회의감이 밀려오고~~~ 내가 뭐 한 두 살 많은 걸 이용한 건 잘못되긴 했다. 그래 뭐 내가 좆같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들이 또 똑같이 느끼고 있다니 나 자신이 정말 별로고 내가 싫어했던 사람하고 똑같이 되고 있는 걸 보면 참^*^ 일단은 들어보자.


그냥 존나 메갈련 쉬읶 이렇게 생각할 거 같아서 좆같음 존나 좆 자르고 싶음 ㅅ새끼....X발.....................교회공동체망해.................... 진짜 웃긴 소리긴 한데 옛날 교회를 갈까... 아 진짜 교회 그만 다니고 싶다 이번에 체육대회만 끝나면 어떻게든 좀 쉬고 싶다.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만 처박혀있고 싶다.


저번 모임 덕에 에너지를 다 잃고 거의 포기해버린 상태에서 퍼레이드는 콘셉트 없으면 여장이 재밌다는 말을 제대로 지적 못한 건 좀 아쉬움.. 너무 지쳐서 여장이 재밌지 라는 말에 할 수 있는 건 엥?이라는 말 뿐이었다. 엥? 엥? 교회여 여장이 재밌다는 생각을 버려... 아니 여장이 왜 재밌지 수준이 이상하네


믿는 페미 하는 분들 다 평강이 있을지어다...라고 하고 싶지만 현실은 평강은 없어요. 투쟁만이 있을 뿐이죠. 거기서 응답받은 찬양이 있습니다 페미를 위해서 싸우시는 주의 손을 보라~!

(정신승리 너무 안타깝지 않나요. 싸우는 건 주가 아니라 나인데...)


6월

여성이란 비존재를 예수 그리스도가 오심으로 존재로 만들었다 라는 말도 같은 사람에게 들어서 속으로 언니 그게 페미니즘이야...라고 생각했지만 나보고 페미니즘을 잠시 내려놓으라고 했던 사람이었다는 게...


9월

그러고 보니 페미니즘 이야기하는 나한테 파시즘이라고 한 놈 있었지.


10월

오늘 페미니즘 이야기도 잠깐 했는데ㅋㅋㅋ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분노와 약간의 억울함 그리고 깨달음에 대해ㅋㅋㅋㅋㅋㅋ  그 v사회적 합의v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나에게 묘한 거부감(이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ㅋㅋㅋㅋ 그래도 내가 그 정도 지랄했으니까 니들이 이 정도인 거다 이러니까 친구들이 납득하는 모습 좀 뿌듯했다.



2018년 1월

희미해지기 전에 써놔야지.. 어제 페미니즘에 미쳐서 귀도 닫고 자기 할 말만 한다고, 자기도 찾아봤는데 좋은 거더만? 근데 너네가 하는 건 페미니즘 아니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뭐 어찌저찌해서 사과는 받았지만 이 말는 좀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있을 듯. 왜냐면 교회 사람한테 들었거든. 정말 얼마나 안다고. 현실과의 괴리감과 낙인이 찍힐 것 같은 두려움에 초반엔 말도 못 하고 혼자 괴로워하고 말을 꺼내기까지도 수십수백 번 망설이고 그래도 결국은 욕 다 처먹고 교회도 등지고 싶어 했고 내가 어떻게 다시 하나님을 만나고 회복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뭐 나한테 이렇게 말했던 애가 싫어지진 않더라 그래도. 내가 잘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 그리고 백 명이 욕해도 한 명이 관심 가지고 변하면 그건 성공이라고 생각하기에 교회에서 페미니즘 하기 생각보다 어려운 거였구나 하 주님 깝쳐서 죄송합니다ㅠㅜㅜㅜㅜㅠ  하지만 그 근자감 역시 주님서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아자아자 화이팅.. 할세 힘내라.


 ('이렇게 말했던 애가 싫어지진 않더라'라는 부분이 제일 충격적이다. 착한 아이 증후군에라도 걸린 거 마냥 남을 미워하는 걸 의식적으로 아니라며 안 미워하는 거라고 정신 승리하며 스스로 다독이는 모습이 건강한 상태인가? 자신의 상태를 허상의 존재에게 맡겼던 과거의 할세... 나에게 폭언을 하던 그 자식은 후에 성추행범이 된다. 어메이징 교회 라이프 )


2월

왜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고 그 사람의 후의 신앙생활을 걱정하는 걸까 나는 하나님이 그런 사람 가만히 내버려두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내친다고 교회를 떠난다고 해서 진짜 하나님이 그 사람 삶에 개입을 안 하실까? 우리가 잘 챙겨주고 신앙생활 잘할 수 있게 어쩌구 이런 모먼트 너무 화남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너무 자의식 과잉임ㅋㅋㅋㅋㅋㅋㅌㅌㅌㅌㅌ


3월

교회 너무 해로운 게 가해자 두둔 오짐


아 이번 주에 교회 전나 가기 시르다 미투 운동 어쩌구 할 거 백퍼 같은데 차라리 닥치길 바랄 뿐


6월

교회가 싫으면 신도가 떠나야지.


7월

오늘 교회분 결혼식(교회 예식) 갔는데 뭐지 선언? 다짐 같은 걸 했음 근데 신부 구절이 나는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 같이 남편의 말을 따르고 순종(정확한 워딩 생각 안 남) 어쩌구 이런 말 나왔고 그 자리에 있던 페미 하는 친구들과 눈 마주쳤고...


8월

진짜...교회는....병자들의 모임......X발............


9월

요즘 교회...흠.... 설교도 결국 목사의 큐티 나눔이 아닌지에 대한...


이러고도 내일 교회 가야 하는 삶ㅋㅋㅋㅋㅋㅋ^^


맞아 딱 비참함.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남에게 설교하고 반대할 사항도 아닌 것에 반대하고 폭력 저지르고 혐오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한국교회를 봐서 비참함. 그래 이게 다수구나.  나는 주변에 다행히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잘 마주하지 못했었구나 하는 거.


12월

아무리 하나님이 성별이 없다고 해도 유구한 남성 권력이 판치는 종교 안에서 비판한다? 이거 안되거든요.ㅋㅋㅋㅋㅋㅋ 밖으로 나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함. 여자 갈아 돌아가는 교회 얼마나 많아.


2019년

전 탈교회 했으니 편히 블언블 하세요 한녀들아 제발 교회 가지 마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드디어!



 교회 다녔던 할세, 불쌍해... 수고했다 수고했어.

 혼자 싸우려니 피로했다. 외로웠다. 돌아보니 많이 힘들어했다. 당시 하고 있던 독서모임만이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이렇게 힘들었는데 교회를 나오지 못했을까. 찬양팀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들 나가려면 나갈 있었다. 하지만 모태신앙으로 기독교 신앙에 진득하게 절여진 나는 쉽게 나올 없었다. 확신없고 교회 밖의 삶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의 모든 인간관계가 있었고, 나의 자리가 있었고 날 힘들게 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한편으론 즐겁기도 했다. 그 모든 걸 뒤로 하고 나오는 건 사실 쉽지 않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부디 고립되지 마시란 말을 하고 싶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과거의 나처럼 극단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지 말자. 나도 평생 교회를 다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생이라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기독교 처돌이에서 탈교회 후 여종없을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교회 밖 인간관계가 있지 않았다면 다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내 세계를 넓혀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작년에 문득 깨달았었다. 나의 세계를 넓혀가야 한다. 한 가지에 고립되지 말아야 한다.



 수긍하고 순응하는 과거의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잘못된 것을 잘 못 됐다 라고 말하지 못하는 곳에 있을 필요는 없다. 그걸 나를 희생해가며 바꿀 필요도 없다.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것들이다. 남성들은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이 고민의 지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신에게 의지하며 예수는, 신은 그렇지 않다, 사람이 잘못된 거다 라고 생각하며 버티는 게 의미가 있나?

 항상 뒤돌면 우울과 힘듦만 진하게 남아있던 교회 공동체에서의 삶. 노골적인 생각들을 보이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 또 나를 위로하기 위해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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