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비가 왔습니다.
아니, 3일 전 같아요
세찬 비가 내렸어요
아아... 이틀 전이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월요일 요란한 비가 내렸는데 저는 빗속을 뚫고 식물원에 갔어요.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식물원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었어요.
귀빈 농원, 아트 화원 등 이렇게 이름을 붙여놓구요.
저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름도 없는 식물원 앞이 주차하기 제일 편해서 자동차를 멈추고 트렁크에서
집에서 가져온 빈 화분 2개를 꺼냈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개 한마리가 사납게 컹컹 짖었어요.
목줄이 있었지만 목줄이 길고 느슨해서 저 앞으로 가까이 달려오려고 하자
무서워서 밖으로 도망쳤어요. 식물원 도둑도 아닌데 도망이라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개를 피해 밖으로 나오자 개 짖는 소리를 듣고 문 앞에 주인 아저씨가 오더라구요.
"꽃을 심으러 왔는데요."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도 없이 양손에 화분을 들고 제가 서서 말했어요.
'맑고 화창한 날 놔두고 이렇게 비오는 날 하필?'눈은 그렇게 말하는듯 했지만
아저씨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비닐 하우스에 들어가셔서 꽃을 골라 주셨어요.
사납게 짖던 개가 언제 그랬냐는 듯
주인과 함께 서 있는 저를 보고 믿는 듯 조용해져서 소리없이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라구요.
"아파트 거실 실내에서 가장 잘 자라는 식물로 골라주세요. 꽃은 좀 있었으면 좋겠고 꽃크기는
너무 크지 않고 자잘하면 좋겠어요."
주문을 걸었?어요. 아저씨가 딱 한마디 했어요.
자잘한 꽃을 피우는 식물은 주로 봄꽃이라 한철밖에 못산다구요.
그럼 알아서 골라달라고 말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개는 좀 미안하지만 자세히 보니 얼굴은 좀 못생겼어요. 근데 주인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주인과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납게 짖던 좀 전과 다르게 넘나 조용해져서 왜 그렇게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서 있더라구요. 그 모습이 진짜 유순했어요.
저는 깨달았습니다.
화가 난다고 단지 재미로라도 생명을 하찮게 여기지마라
식물원 아저씨는 말없이 소리를 듣는 법을 터득한 사람 같아요.
말 없는 식물의 소리, 말이 없는 강아지의 마음 소리 이런 식으로 말이죠.
아저씨가 분갈이를 하는 동안 저는 자세히 식물원을 관찰했습니다.
여기 식물원은 좀 특이했어요. 꽃이 많은 다른 화원들과 달리 아마존 정글이나 밀림에서 나올듯한
야생식물들로 가득했어요. 처음 보는 신기하게 생긴 잎사귀가 매우 큰 식물이나 제 멋대로 자란
나무는 아니고 굵은 초록 줄기식물들로 꽉 차 있었어요.
저는 순간 상상력이 발동했어요.
인간 세상에서 뭔가 상처를 많이 받았는지 인적 드문 외곽 이름도 없는 식물원에서 자유롭게 생긴
검은 개 한마리와 말없이 소리를 내는 야생식물들과 조용히 살아가는 아저씨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듯 느껴졌어요.
식물들도 별 관리를 안하는지 식물들이 맘껏 쭉쭉 뻗어서 오히려 잘 자라고
개도 외모가 별로지만 주인을 넘나 믿고 따르고 있었어요.
근데 아저씨가 배우처럼 잘 생겼어요. 옷차림이나 머리는 부스스한데 예술가 느낌이 날 정도였죠.
그런데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TV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 속 인물보다 더 자연인 같더라구요.
분갈이는 정성스럽게 해주셔서 화분에 식물 높이가 딱 균형있고 흙위에 돌도 몇개 꾸며 주셨어요.
가자 마자 물을 흠뻑 주라고 해서 집에 돌아와 물을 흠뻑 주었죠.
비오는 날 식물원에서 집으로 데려온 식물들은 어떤 식물일까요. 두둥~~~~~
나머지 식물 한 개는 공개 안할게요. 그래도 궁금하다면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