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임원 회의가 소집되었다. 이번 회의에는 ‘마리제우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리고 교무부장 선생님과 학생처장 선생님까지 이례적으로 합석했다.
“이 자리는 놀랍지만, 우리가 지금 끔찍하게 수용해야 하는 것이 어떻게 해야 덜 끔찍할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교무부장 선생님이 선전포고처럼 회의의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의 학생 한 명이 학교에서 실종된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7일째 연락이 두절되고 있습니다.”
교무부장 선생님의 말에 ‘마리제우스’ 교장 선생님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오오! 가엾은 제라! 그 아이는 매우 훌륭한 학생이었어요.”
“제라는 성적도 우수했지만 달리기도 최고, 농구도 최고였으며 우리 학교 출신으로 유명한 과학자가 되신 아버지를 닮아 뭐든 열심히 노력했지!”
슬픔에 젖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자리에 일어서는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교감선생님과 교무부장 선생님이 회의실을 나갔다.
‘클라우드 힐’ 학교를 명문학교로 만드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강인한 ‘마리제우스’ 교장 선생님의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마리제우스’ 교장 선생님은 명문 하바드를 졸업하고 나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혀 전공과 상관없는 수녀가 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녀원 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녀원에서 제약 속의 삶과 따분한 수업 시간, 불공정한 평등이 주는 안락함이 싫어서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사회로 나왔다. 60의 나이에도 아직 가정을 이루지 못한 골드미스였지만 개인의 교육철학이 분명하고 학교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분이었다.
아직 교실 안에 남아 있던 학생처장 선생님이 큰소리로 말했다.
“사라진 제라를 생각하면 가슴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학교에서 출입금지구역으로 제한한 ‘언덕 위의 하얀 구름집’을 향해 올라가는 제라의 모습이 학교 CCTV에 포착되었다.
너희들은 학교에서 제한하는 경계선을 넘어가 학교의 금기를 어기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금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자 학교의 문제이므로 900명의 일반 학생들을 대표하여 너희들이 회의를 잘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회의와 좋은 결과를 부탁하며 학생처장 선생님도 회의실을 나갔다.
전교학생회장을 맡은 ‘발락’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맞이한 끔찍한 상황에서 이제 2주 후 예정된 80주년 개교기념 축제 개최 여부에 대해 우리의 의견을 모으고 다수결로 결과를 내기로 진행한다.”
“지금 제라는 일주일 전 학교에서 사라져 생사를 알 길이 없는데, 이런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축제가 가당키나 해?”
평소 제라와 가깝게 지내고 있던 루터가 말했다.
“그러나 이미 예정되어 있는 축제를 갑자기 없던 것으로 하면 ‘구름정원’의 언론매체들이 축제를 취소한 우리 학교를 수상히 여기고 조사에 나설 거야. 제라가 ‘언덕 위의 하얀 집’ 근처에서 사라진 것을 알게 되면 명문 모범학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학교에서 강요하는 학업의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또 한 명의 학생을 자살이라는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비난하며 조롱하는 기사를 써대고 중앙방송의 메인 뉴스 시간에 보도하겠지”
‘발락’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우리 학교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집단과 다수의 사람들에게 우리 학교의 명예가 나락으로 떨어지며 실추되는 상황이 일어날 거야”
‘발락’의 의견에 동의하며 ‘잭슨’이 거들었다.
“ 인정머리 없는 녀석들아, 지금 학교의 명예가 중요해? 한 사람의 생명이 달렸는데 학교는 축제를 열 것이 아니라 온갖 도움의 구조를 요청하여 ‘제라’를 먼저 찾는 것이 우선 아니야?”
루터가 소리쳤다.
“오! 불쌍한 제라 오빠,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흑흑흑”
‘발락’의 옆에 앉아 있는 1학년 부회장을 맡은 ‘앨렌’이 ‘발락’의 왼쪽 어깨에 머리를 묻으며 흐느꼈다.
“‘제라’ 오빠 어떻게 해요? 엉엉엉 ㅜㅜㅜ 제라 오빠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발락’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루스’도 발락의 오른쪽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눈물을 흘렸다.
‘발락’의 꼿꼿한 자세만큼 빳빳하게 다림질한 셔츠가 ‘앨렌’과 ‘루스’의 눈물로 투명하게 얼룩졌다.
부드러운 실크가 아닌 빳빳한 폴리에스테르와 면이 혼방으로 섞인 셔츠의 깃에는 ‘클라우드 힐’을 상징하는 동그랗고 작은 굿즈가 달려 있었다.
오래전부터 교복 자율화를 선언한 타학교와 달리 유일하게 교복을 고수하는 ‘클라우드 힐’ 모범학교에서 교복을 입는 모든 학생들은 교복에 저항하여 교복이야말로 현실에 뒤떨어진 가짜뉴스처럼 지루하고 바보스럽다고 생각했다.
“자자... 우리가 지금 모인 것은 각 학년의 일반 학생 900명을 대표하여 우리가 하고자 의도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기를 원하는 거야. 공과 사를 구분하자고” 잭슨이 말했다.
“공과 사의 구분을 어디에 두는지 모르겠군, 학교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이고 지금 공동체의 일원인 학생이 사라졌어” 루터가 말했다.
“워워, 진정들 해, 우리는 지금 누가 제라의 진정한 친구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모인 게 아니야”
‘발락’이 말했다.
“우리 학교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기사의 먹잇감으로 이용하는 언론매체들의 특집기사가 나오는 것은 절대로 막아야 해, 제라를 위해서라도”
발락은 이어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친구에 대한 윤리의식을 가지면서도 우리가 가진 에너지나 리더십을 발휘하여 성공적인 축제를 열고 마칠 때까지 제라를 반드시 찾아내거나, 제라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거야”
발락의 말끝에 회의를 지켜보며 아무 말이 없던 로미가 힘겹게 말했다.
“제라는 반드시 살아 있을 거야, 살아서 반드시 학교에 돌아올 거라고 믿어”
투표가 진행되었다.
각 학년의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 회계를 맡은 총무 1명과 회의를 기록하는 서기 1명을 포함하여 학생회 임원 숫자는 총 15명이었다.
다수결의 결과가 나왔다.
8 : 7
찬성 8 반대 7 축제는 진행할 것으로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