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제이’는 축제의 내용과 열외로 더 궁금한 ‘로즈’에 대해 물었다.
“제라야, 아까 좀 전에 회의 때, 네 옆자리에 있던 여학생 누구야?”
“내 옆? 누굴 말하는 건지... 검은 안경 쓴 애?”
“으응 그래 그 여자 애”
“아하 ‘로미’ 말하는 거?”
“이름이 로미야? 로즈가 아니고?”
“응 분명 즈가 아니라 미 맞는데?”
제라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제이의 얼굴을 살피면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 근데 형... 좋아하는 이성 스타일이 그런 캐릭터야? 아하하 난 ‘로미’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말이지... 아! 저런 여자스타일도 어디 가서 연애라는 걸 할 수나 있을까...
하바드에서 튀어나온 한 마리 공부벌레 같아서 말이지. ㅋㅋㅋ”
“아니 그건 아니고... 내가 아는 어떤 여자애랑 분위기는 다른데 얼굴이 너무 흡사해서 말이지”
“아하! 그럼 진즉 그렇게 말을 하지, 걔 일란성쌍둥이 언니가 있다고 들었어.”
“쌍둥이? 언니가 있어? 언니도 우리 학교에 다녀?”
“아니, 잘은 모르지만 얼핏 듣기로는 커피전문학교에 다닌다고 했던 것 같아”
그러니까 로미의 일란성쌍둥이 언니가 로즈이고 로즈는 ‘클라우드 힐 모범학교’가 아닌 ‘커피전문학교’에 다니고 있다. 제이는 ‘로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우연히 알아낸 것만으로 오늘 회의에 대리 참여한 것은 큰 소득이 있었다.
한편, ‘발락’은 회의 내내 기분이 상했다. 집에 곧바로 돌아오는 대신 스타벅스에 들렀다.
며칠 전에 두고 온 텀블러도 찾을 겸 초등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라일’을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카페에 들어서자 ‘라일’은 이미 자리에 먼저 와 있었다.
“라일, 오랜만이야 커피 수업은 잘 받고 있어? 학교생활은 여전히 재밌어?”
“그럼 당연히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 넌 어때?”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인생이지”
“아니, 왜 모두가 부러워하는 왕자님께서?”
“부러움이 질투와 시기로 바뀌면 질투와 시기를 받는 대상은 그래”
“도끼병은 여전하구나. 하하하하하”
라일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큰소리로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로 웃었다.
“세상은 말이지, 재능과 능력을 겸비한 강자에게 먹히거나 먹히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타고난 부와 재능을 기반으로 노력까지 하는 사람을 칭송하지 않아,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비난을 퍼붓는단 말이지”
발락의 말에 라일은 눈을 반짝이며 반문했다.
“오호라, 그래 그렇다면,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을 펼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어떤 나약함도
허용되지 않는 냉혹한 현실을 사는 사람들은 어때 보여?”
“그래서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분별력을 더욱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그래서 더 재수 없는 거야, 좀 약한 모습도 보여야 사람들은 공감하고 위로하고 배려라는 것을 한단 말이지. ㅋㅋㅋ”
라일은 웃겨 죽겠다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이어서 말했다.
“모범학교의 전교 여학생이 좋아하는 일이 어디 쉬운 줄 알아? 그건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라고”
“내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난 건 아니잖아, 세상에 태어나 눈 떠보니까 우리 부모님이 너무도 돈이 많고 잘나셨단 말이지. 근데, 잘난 부모님을 만난 것도 다아~~ 내 복!이지."
"그래서 세상은 애초 시작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란 말이지. 금수저 다이아몬드 수저를 부러워하면서도 질투의 대상이 되는 이유지”
그렇다.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은 엄청난 부와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간다. 그러나 오직 노력에 근거하여 맨땅에서 헤딩하여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성공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스스로도 타인들에게도 어떤 나약함도 허용되지 않는 냉혹한 현실에서 강인해진다.
혹독한 추위와 작열하는 태양에 해를 입고 질식해버리지 않으려고 이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것은, 오직 자신 뿐임을 터득하는 마치 사막의 ‘제라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