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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정원 Oct 24. 2024

정원의 장미는 어디로 갔을까 4

 '클라우드 힐' 교정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높은 언덕이 나오는데 이곳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언덕 위로는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잡힐 듯 새하얀 구름들이 머리 위에서 동동 떠다니고 있었고 언덕 아래는 아름다운 청록빛 '레이크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호수에 백조는 사라졌지만 맑은 물이 맑다 못해 투명하여 하늘에 있어야 할 구름들이 맑고 투명한 호수 위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위로 아래로 구름들이 점령하고 있다고 하여 '언덕 위의 하얀 구름집'으로 불렀다. 호수의 물은 청록빛과 하얀빛이 섞여 파아란 하늘보다 푸르면서도 에메랄드빛을 띠었다.

 호수 주변은 삼면이 로즈가든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한쪽면은 핑크빛 로즈 다른 한쪽면은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레드 맞은편은 달콤하고 귀여운 화이트로즈와 옐로로즈가 피워 나고 있었다. 

 호숫가 주변은 주택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집은 없었다. 그러나 로즈 가든은 어느 부호의 프라이빗 정원이었으며 장미정원에 들어가면 부호의 개인 저택이 있었다. 그러나 그 집에 들어가 보았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주말이면 어느 가족들이 놀러 와 호수에서 보트를 타며 행복해 보이는 토요일 오후를 즐겼다.

 

 삶에 지친 교사들이나 학업에 시달린 학생들은 언덕 위의 구름집에 올랐다가 호수의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그대로 뛰어내려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여럿 있다고 했다.  목숨을 잃은 영혼들이 학교를 배회하며 밤마다 슬프게 우는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이곳을 '출입금지' 구역으로 출입을 통제하였다. 그러나 겁 없고 짓궂은 학생들은 밤이 되면 야간 조명등이나 플래시를 켜고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몰래 언덕에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제라는 어느 날 밤,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미로처럼 복잡한 교정을 빠져나오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바람과 어둠을 피해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로만 듣던 '언덕 위의 구름집'이었다.

바람이 치는 흐린날인데도 유난히 동그랗고 샛노란 달이 어둠을 밝히며 구름 사이를 비집고 구름 위에 동실동실 환히 빛나고 있었다.




 축제를 준비하는 여학생들은 벌써부터 신이 났다. 

'축제 때 무슨 옷을 입을까...'

축제 기간만큼은 댄스버건디 와인의 교복 재킷과 목을 조이는 네이비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되었다. 

 탁상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2학년 임원을 맡고 있는 '로지'가 웃으며 말했다.


 " 저희 엄마가 주말 농장에서 직접 기른 토마토와 브로콜리 양배추로 '야채퓌레'를 전교 학생에게 제공해 주시기로 했어요. 그날 수프와 애피타이저는 저희 엄마표 '유기농 야채퓌레'를 맛보게 될 거예요."


 학교 앞마당 잔디밭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강당에서는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학교 뒷마당에서는 밤늦게까지 캠프파이어가 있을 예정이다. 축제기간 중 재미있는 행사 중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한 가지는 역시 보물 찾기이다.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학생은 특이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데 '언덕 위의 구름집'아래 내려다 보이는 호수의 저택에서 기르고 있는 개 '칼 지단'의 목에 장미 목걸이를 걸어주는 학생들에게만 보물 찾기의 기회가 주어진다. 보물은 로즈 가든에 숨겨져 있는데 보물의 내용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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