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시작되는 알파와 그 끝의 오메가라 할 수 있는 구름정원은 약 50만 평의 대지 위 풍요로운 숲과 아름다운 호수들을 끼고 있다. 구름정원에는 열다섯 개의 하이스쿨(High School)이 있는데 미용학교 기술학교 요리학교 등의 특성화 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는 인문 교양 그리고 과학고를 포함하여 구름이 잡힐 듯 잡힐 듯 구름 정원의 봉우리에 위치한 ‘클라우드 힐’ 모범학교가 있다.
‘클라우드 힐’ 의 재단 이사장과 초대 교장 선생님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후손으로 처음 구름정원에 학교를 설립했을 때 ‘하나님과 구름정원을 위하여’라는 교훈을 걸고 교육의 취지는 학생들의 인성을 위한 전인교육과 종교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세월이 흘러 초대 교장 선생님과 그 후 두 분의 교장 선생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셨고 ‘마리제우스’라는 여자 교장 선생님이 새롭게 부임했다.
‘마리제우스’교장은 나이 60이 되도록 공부에 매진하느라 아직 가정을 이루지 못한 미혼이었다. 무엇보다 학생의 본분은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부여한 야간자율학습 선택자율권을 무시하고 전교생 전원이 수업이 끝난 후에도 밤 열 시까지 교실에 남아 자습을 해야 했다. 그러한 ‘마리제우스’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으로 ‘클라우드 힐’은 하버드와 스탠포드, MIT공대를 가장 많이 입학하는 학교로 유명했다. 교문의 정문에는 ‘모범학교’라는 간판이 붙었다.
그러나 클라우드 힐 고등학교에서도 매년 개교기념 주간에는 일주일 동안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2주 후면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학생회의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제라’와 ‘제이’도 헐레벌떡 겨우 시간에 늦지 않게 입회자로 참석했다. 제라는 학생회 임원을 맡고 있었고 제이는 ‘클라우드 힐’ 졸업생으로 이제 대학 신입생이 되었지만 앞으로 클라우드 힐의 교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9월 새 학기를 맞아 갓 교생실습을 나온 입장이었다.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수학 선생님이 ‘제이’에게 대신 입회자로 참석해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9월 새학기가 시작 되었지만 이 곳에 모인 학생들은 자기 소개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모두가 자신이 에이스이며 왕자 또는 공주라고 여겼다. 맨땅에 헤딩하여 순전히 성적으로 임원이 된 ‘제라’와 달리, 학교 재단의 육성회장직을 맡은 아버지가 학교에 엄청난 기부를 해서 회장이 된 ‘발락’은 벌써부터 재수 없는 표정으로 앉아 탁상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발락은 학교의 전 여학생들에 인기가 좋았다.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복도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수다를 떨고 있다가도 ‘발락’이 복도를 지나가기라도 하는 순간이면 갑자기 조용해지며 여학생 모두가 얼굴을 붉혔다.
탁자에 빙 둘러 앉아 있는 학생들 가운데 ‘제이’는 검은 뿔테를 쓰고 있는 여학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로즈’가 아닌가... ‘로즈가 어쩐 일로 여기에 있지’
시력이 얼마나 안 좋길래 세 번의 렌즈 압축으로 거의 돋보기에 가까워 보이는 두꺼운 안경알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뿔테는 또 얼마나 두껍고 큰지 하얀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머리는 귀찮은 듯 질끈 뒤로 묶고 있었고 차림새는 달랐지만 분명 ‘로즈’의 얼굴이었다. ‘제라’는 ‘로즈’의 옆좌석에 앉았다.
“댄스 파트너는 정했어?” 제라가 물었다.
“댄스 파트너는 이름이 적힌 종이상자에서 제비뽑기로 결정하기로 했어”
‘발락’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