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곱게 빗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 몇년 전 순진하고 순수한 작은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어 놓고도 나에게 물었었다. “엄마, 우리 집은 강아지도 안 키우는데 왜 이렇게 갈색 강아지 털이 많아요?” 일부러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반문했다. “그러게 왜 우리 집은 강아지도 안 키우는데 강아지 털이 이리 많을까? 혹시 너 머리털 아냐? 니가 우리 집 강아지잖아!”
요즘 부쩍 숭숭 빠지는 머리칼이 건조한 겨울을 맞아 자연 건조되어 바짝 마른데다 선천적으로 반곱슬의 머리가 더욱 곱슬거려 두문불출 춥다고 나가지 않던 밖으로 나가 어젯밤 늦게 마지막 고객으로 뿌리 볼륨 매직 처리를 했다.
숱도 별로 없고 기장도 그리 길지 않은데 전체 펌도 아니고 곱슬거리는 뿌리 펌만 했을 뿐인데 가격은 16만원 두둥 “고객님, 1차 클리닉이 6만원인데 제가 특별히 5만원만 추가로 받았어요. 펌이 매끄럽게 너무 잘 나왔어요.” 미용실 시술 샘이 자화자찬을 하며 소리가 나지 않게 박수 두 번을 짝짝 쳐주었다.
감정이 이성을 지배할 때 무력하다. 개인의 역경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할 때 우울하다. 머리로 변화를 주고 향기 테라피로 마음을 힐링하고 좋아하는 차를 뜨겁게 달구어 마셔도 이 무력한 기분이 풀리지 않을 때 이 우울의 근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꼼꼼하게 분석을 해 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을 그리워할 때 우울하고 무력하다. 노력해도 안 될 것이라고 믿는 순간 무력하고 우울하다. 마음속에 어느새 한가득 부풀어 오른 자신의 기대에 현실이 미치지 못할 때 우울함을 느낀다.
현실에 대한 실망과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안고 버티다가 지칠 때, 무력한 감정에 무너진다.
사람들은 대부분 우울한 기운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데 그 방법은 다양하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 그리기로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는 것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악을 듣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를 보는 것으로 새로운 기분으로 새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햇빛이 우울함을 극복하는 세로토닌 형성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므로, 겨울이라도 매일 햇빛이 잘 드는 아침 시간이나 낮에 40분 이상 걸으라고 했다. 운동은 걷기 운동밖에 안 하는데 이마저도 피하게 되는 것이 우울과 무력의 정도가 점점 깊어간다.
예매 순위 10위를 기록하고 있는 시빌 워: 분열의 시대가 12시 45분에 상영한다. 가서 영화라도 한 편 보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