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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위너코치 Apr 01. 2019

어머니라고 처음 불렸을 때

호칭이 변화되는 순간 찾아온 변화

"어머니~"


이전 회사 후배들과 함께 20대들이 많이 오는 마케팅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였습니다.

여러 행사 부스를 구경하는데, 한 부스의 스텝이 저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헉! 어머니라니, 어머니라니....

처음에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내가 저 또래 아이가 있을만큼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나 말고 딴사람 보고 이야기한 거 아닐까?"

"어젯밤 잠을 못 자서 피부가 푸석푸석하니까 좀 늙어 보였을 수 있어... "

"낼 다시 보면 어머니라고 하지 않을 거야..."

"저놈의 ㅅㄲ... 내가 어디가 어머니로 보이냐고 물어볼까"

"이런 컨퍼런스에서 어머니가 뭐냐... 애매하면 선생님이라고 하든지. 고객이라고 하든지... 손님이라고 하든지..."

"이 ㅅㄲ야.... 내가 왜 니 어머니야"

"내가 애라도 있으면 안 억울하지..."


자존심이 확 상해 1초도 안 되는 그 순간에 온갖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같이 왔던 후배가 혹시 들었나? 신경이 쓰였고 누가 나한테 어머니라고 하더라 하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는 것조차 민망했습니다.

일단 못 들은 척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아마 그때쯤부터였던 거 같습니다.

저만의 강년기가 찾아온 것이.

(*강년기= 강제갱년기. 미혼 여성에게 나이 삼십대 말쯤에 저도 모르게 찾아오는 갱년기로, 저의 요동치는 마음을 보며 붙여봤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30대 후반이었습니다.

사실 제 나이 또래 당연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그래도 미혼인 데다, 월간지 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어머니라는 호칭은 낯설었습니다.

제가 저를 보면 주름이 늘어난 건 맞는데 아직은 어머니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라고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시각일 뿐. 이제 인정해야 될 때가 온 것입니다.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학생에서 아가씨로, 아가씨에서 아줌마나 어머니로. 그렇게 사람들이 부르는 호칭이 바뀌는 시기가 되면 여자들은 미묘한 마음의 변화를 겪습니다.

누가 저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저는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잠도 잘 잤었는데 그 시기에는 우울감이 심하게 올라와서 잠도 잘 못 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나이를 밝히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마흔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좋았던 시청의 한 카페.



"어머니"라고 처음 불린 이후 몇 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소리에는 많이 익숙해졌지요. 사실 익숙보다 체념이 더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듣기 좋은 호칭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체념하는^^


아~~주 간혹 누군가 아가씨라고 부르면.... 기분은 좋지만 저분이 나의 주름을 못 본 것이 틀림없어 하며 웃어넘기고 말지요.


어제 오랜만에 친한 언니를 만났습니다. 그 언니도 역시 미혼의 40대입니다. 마흔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보니, 그 언니 역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우울함에 빠져있기보다, 그냥 제가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싶어졌어요.

결국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거니까요.


살아보니 마흔이라는 나이가 갖는 장점도 참 많더라고요. 마흔 미혼 여성의 삶, 그리고 저나 제 또래의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많은 이야기를 이 매거진에서 나누고 싶습니다.


혹시 저 같은 마음의 격동을 겪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남의 시선 별거 아니잖아. 우리 같이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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