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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위너코치 Aug 09. 2020

나는 왜 외로울까?

마흔 미혼여성의 외로움 고찰기

미치도록 외로움이 올라온 적 있으신가요?


올해 초.

마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세찬 비처럼,

지독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동반한 외로움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프리랜서 6개월 계약을 끝내고, 당연히 될 줄 알았던 또다른 계약이 결국 취소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데 막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불안했고, 두려웠고, 외로웠습니다.


마음이 축축 가라앉고 삶의 의욕마저 사라지는데 이렇게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나는 왜 외로운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찾아나서보기로 했습니다.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결혼을 하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저는 제가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더 외로운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결혼해서 두 아이를 둔 친구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외롭냐?"


친구가 웃더군요.

"야, 인간은 누구나 원래 외로운 거야"


그렇구나.


결혼하지 않은 제 또래 외국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Do you feel lonely?"


친구가 웃더군요.

"of course!!"


어느 날 중학교 1학년 조카와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아 외로워~ 모쏠은 외로워”

주변에 지나가던 커플을 보고 한 이야기였습니다.


아 그렇구나.... 인간은 모두 외로운 존재인가 보구나.





영화 마션 포스터
수학을 하자 You do math



어느 날 <마션>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화성을 탐사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화성에 홀로남게 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 )

혼자 화성에 남겨진 마크는 어떻게든 지구로 살아돌아가기 위해 애를 씁니다.


방법은?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

일단 탐사선 안에 남은 식량부터 계산합니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가기까지 필요한 식량을 만들기 위해 농사를 지을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 계획이 성공을 거두자 이제는 지구와 교신하기 위한 방법을 하니씩 찾아나갑니다.


구사일생으로 몇 년 후 살아 돌아오고...


우주 탐사선 비행사 교육생들에게 생존 교육을 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잘 듣도록 목숨을 구할 내용이니까.

시작에 앞서 궁금증을 풀어주지.

그래, 화성에서 내 인분으로 농사를 지어 살아남았지.

내가 가장 많이 받는 다른 질문은 화성에 남겨졌을 때 죽을 거라고 생각했냐는 것이다. 예스.


우주에선 뜻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

어느 순간 모든 게 틀어지고 이제 끝이구나 하는 순간이 올 거야.

포기하고 죽을 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지. 그게 전부다.


무작정 시작하는 거지. 수학을 하는 거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러다 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된다."




하나씩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 얘기가 왜 그렇게 마음에 다가오던지요.


그래 지금 불안하고 두렵고 외롭다면.... 하나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되지.

먼 미래를 보며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저는 외롭다 느낄 때는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려고 해봤습니다.




지금 외로운 거 너무나 당연한 거야


그리고 책을 보게 됩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융 심리학의 관점에서 마흔에 갖는 심리적 불안함과 외로움에 대해서 잘 풀어주는 책입니다.


책에서는 제2차성인기에 접어드는 마흔 즈음에 지독한 외로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그때가 진짜 나와 대화를 하고 진짜 나를 찾아야 하는 때라고.


17세기 철학자 파스칼에 따르면, 농담은 왕을 외롭지 않게 할 목적으로 발명됐다고 합니다.

아무리 왕일지라도 스스로에 관해 생각하면 자연히 짜증스럽고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파스칼은 "현대의 모든 문화란 우리가 외로움에 빠지거나 자신에 관해 생각하지 않기 위한 광대한 오락"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외로움에서 고독으로


그렇다면 외로움의 약은?


미국 시인 매리언 무어 "외로움에 가장 좋은 약은 고독"이라고 노래했다고 하더라고요.

고독은 외로움과 어떻게 다를까?


“고독은 우리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정신 상태를 말한다.”


외로움에서 더 나아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고독의 단계까지 가야 하는 거구를 알았습니다.

한 번도 내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해본 적이 없기에, 더 불안하고 두려웠던 겁니다.



그 이후에 외롭다 느낄 때 나하고의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내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니까 외로움이 친구처럼 다가오고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졌으면 괜찮은 거야


친한 언니를 만났습니다.

언니도 미혼 여성으로 노부모님과 아픈 언니를 몇 년째 모시고 살아온 언니입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그걸로 괜찮은 거야."


외롭다고 말하는 저에게 언니가 해준 이야기입니다.

저도 모르게 위로를 받았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걷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나와 대화하고...

생각하며....


느꼈던 것은 '내 안의 외로움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구나' 하는 것입니다.


나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아무리 힘든 감정이 올라와도

아무리 힘든 문제가 닥쳐도

거기에 주저앉지 않고, 수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


어려운 문제 앞에 울 수는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게 나라는 사람을 나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종종 외로움이 올라옵니다만...

외로움의 저 끝단

'온전히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고독'의 단계까지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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