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미혼여성의 오늘의 인생
"그런데 자녀는 몇이세요?"
저는 당연히 없는디요 라고 쿨하게 말했지만, 뭔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감정의 흔들림(비바람을 동반한 3시간 정도의 폭우 느낌?)이 있어 글로 적어볼까 합니다.
요즘 이런저런 이유로 새롭게 만나게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주에 만난 A님이 묻습니다. "자녀는 몇이세요?"
이번주에 만난 B님이 묻습니다. "자녀는 몇이세요?"
이번주에 만난 C님이 묻습니다. "자녀는 몇이세요?"
교육 사업을 하는 분들이라 그분들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질문임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삼연타로 계속 받다 보니 꿈틀꿈틀 마음이 올라오더라고요.
뭔가 루저가 된 듯한 기분이랄까?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 뭔가를 아직 겟하지 못한 모지랭이가 된 느낌이랄까?
다들 오두막 짓고 네 가족 옹기종기 모여 행복하게 사는데, 나만 혼자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느낌이랄까?
최근에 만난 한 분(오륙십대)은 꽤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진 분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해야 해요. 결혼해야 철이 들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철이 든다는 것을 남도 배려할 줄 알고, 인격적으로 성숙한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그런 거라면.... 아마 전 세계는 이미 너무나도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냥 속으로만 말하며 웃어 넘겼습니다.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한 질문이 불편한 이유를 곰곰 보니, 그 질문 안에는 그 시대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보편적 기준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고요. 그 보편적 기준을 못 따르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편치 않고요.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 "니 꿈은 뭐니?"
: 아이에게 꿈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던지는 질문. 어릴 때 꿈이 꼭 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질문들 덕분에 아이들은 당연히 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른들이 물었을 때 대답할 꿈 하나씩은 마음속에 장착하게 된다.
"강아지 몇 마리 키워요?"
"헉, 안 키운다고요? 그러면 고양이 키우시는구나"
"헉, 고양이도 안 키운다고요? 그러면 로봇 애완견 있으시구나"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중·후반인 여성들 10.1%가 비혼이라고 합니다.
결혼 안 한 순으로 줄을 세우자면 저는 상위 10프로 안에 드는 여성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갑자기 제 인생이 흥미진진하게 보이기 시작하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