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공항에서 마주한 '나이'에 대한 편견을 돌아보며
갑자기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지난 추석 때 했던 베를린 여행, 그 첫 도착지인 공항에서 받았던 첫 질문에 대한 이야기.
갑작스럽게 하게 된 여행, 최종 도착 공항은 베를린 쇠네펠트 공항이었는데요.
한국에서부터 출발하여, 중간 경유지 때 잠시 얼굴을 익혔던 한 중년여성분이 계셨습니다.
베를린 공항에 내려서 처음 이야기를 나눴는데, 독일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만나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다짜고짜 묻더라고요. (* 참고로 저는 내년이면 딱 마흔 중반인 미혼여성입니다.)
아이 없이 혼자 왔어요?
헉! 저는 미혼입니다만.... 마흔 넘어도 결혼 안 한 사람들 요즘 많습니다만.... 제가 베를린에 생전처음 와서 이 질문을 굳이 처음으로 받아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만.....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갔지만 한마디로 대답했습니다.
아이 없는데요.
당연한 듯이 그분이 다시 말했습니다.
“그럼 둘이 사는구나. 그것도 좋지”
“결혼 안 했는데요”
“아 그렇구나...... 요즘은 늦게들도 결혼해서 잘산다고 하더라고요”
네? 덕담인지... 그 말을 남기신 후 그분은 짐을 찾기 위해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ㅋ
그리고 저는 그 덕담을 되새기며 홀연히 저의 갈 길을 갔습니다.ㅋ
종종 한국에서는 그런 비슷한 류의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기 멀리 독일에 가서까지 그 질문을 받을 줄은 생각을 못했습니다.ㅋ 물론 한국분에게 받은 거지만요.
왜 그런 질문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 걸까?
제 나이 또래의 사람을 보면 당연히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한번 저도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편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하나였습니다.
60대 후반 정도 돼 보이는 분이라면, 당연히 자녀가 장성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50대 후반 정도의 남성분을 볼 때면, 당연히 부인이 집에서 살림을 하고 있겠거니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때도 많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분 중엔 60대의 미혼여성, 50대의 미혼남성도 있었고, 길에서 봤다면 평범한 주부로 봤을 법한 여성 CEO도 있었고, 어머니를 모시고 강아지를 키우며 사는 돌씽 사업가도 있었습니다.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삶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시야 또한 아직 그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저 나이 때는 당연히 그럴 거야"
그 편견이 무서운 것은,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왜? 뭐가 문제가 있는 건가? 등등. 혼자만의 소설을 쓸수도 있고요. 나도 모르게 상대를 마음에서 밀어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이 상대 또한 위축되게 만들 수 있고요.
나이가 들어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지 않은 분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자신의 삶을 만들고 살아가고 있는 거죠.
저부터 '나이에 따른 정형화된 삶'에 대한 편견을 거둬내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싶습니다.
아마도 지금껏 그랬듯이 저는, 앞으로도 나이에 따라 (사회에서 기대하는) 정형화된 삶의 패턴을 따라가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우선 저부터 저를 바라보는 편견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겠다 싶습니다.
예전 예전에 만나서 인터뷰를 했던 육십세의 도보여행가 분의 말로 마무리를 해봅니다.
"내 나이가 뭐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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