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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위너코치 Nov 13. 2019

마흔 넘어 도전 2- 영알못의 외국인 친구 사귀기

영알못도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

저는 외국인 친구는 특별한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늘은 마흔이 넘어 외국인 친구를 사귀며 영어 공부를 시도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살아오며 늘 아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영알못이라는 사실.ㅋ

그동수도 없이 영어 공부를 시도했지만,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영알못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번은 영어 커뮤니티에 가서 영어 연습이나 해볼까 하고, 영어 레벨 테스트를 받았는데요.
제 소개를 영어로 해보라고 하는데, “I am 000” 딱 한마디 하고 한마디도 못하겠더라고요.

이러려고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ㅋ

영알못이라는 게 극명하게 답답한 순간은 해외 출장이나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였습니다. 늘 영어를 잘하는 누군가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러려고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나... 하는 자괴감 222

해외 한번 다녀올 때마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

하며 영어 공부를 시도했지만, 정말 안 되더라고요.

조금 하다가 흐지부지 포기하고…. 그러다 어느새 마흔이 넘었고~


마흔이 넘으면서 이상하게 더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하는 절실함 같은 게 들었습니다.


 제대로 해보자 싶어서 제 나름대로의 원칙을 정했습니다.

되든 안 되든 표현하는 연습을 하자 !

이전과 똑같이 공부를 한다면 계속 그 자리일 거 같아서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외국인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자료를 찾다 보니 my language exchange 사이트 (https://www.mylanguageexchange.com/ )라는 게 있더라고요.

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와 배우고 싶은 언어를 서로 교환하는 것입니다.
가서 보니 영어권의 사람들 중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작년 11월경부터 그 사이트를 통해 몇 명의 친구를 만났습니다.

싱가포르 친구가 보내준 아침 출근길 모습. 교통 트래픽이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는 싱가포르에서는 출근길이 상쾌한 여행길 같다고 한다.


한 명은 싱가포르 IT기업에 다니는 친구인데요.
나이가 마흔살인데 제가 나이가 좀 더 많다 보니 늘 언니, 언니 하면서 대화를 시작합니다.ㅋ


BTS 팬이고, 한국 드라마도 너무 좋아해서 싱가포르에 있는 한글교실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한글도 배우고 있습니다.
성격도 다정다감하고, 그 친구 역시 미혼여성이라 더 잘 통합니다.

카톡으로 종종 대화하고 이주에 한번 정도는 보이스톡으로 대화를 하는데요.


처음간단한 표현조차 영어로 말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카톡은 찾아보면서 쓸 수 있어서, 파파고 구글 번역 등을 찾아가며 표현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단한 말들은 그냥 하게 되더라고요.


보이스톡을 할 때는 사실 친구 말의 반 정도는 못 알아듣지만^^;;

정 못 알아들을 때는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부탁하고, 느낌상 이런 말이겠거니 추측하면서 대화를 합니다.


역시나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시도하다 보니, 조금씩 말문이 열리더라고요. 물론 아직 멀었지만요.


town of Capitola in California(컬러풀한 도시로 유명한 곳)  폴란드 친구가 최근에 미국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또 한 명의 친구는 폴란드의 직장인이자 소설 작가인 친구인데요. 실제로 소설을 출간했고, 두 번째 소설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주말에는 거의 책 보고 소설을 쓰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는 전업작가로 살고 싶다고 합니다.
이 친구와는 이메일로만 1년 가까이 대화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세계 정치, 경제, 이슈에 관심이 많은 친구인데 한국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
폴란드도 주변에 독일, 러시아 등의 강대국 사이에 끼여서 침략을 많이 당한 역사를 가지는데, 한국도 그런 부분이 비슷해서 더 관심이 갔다고 합니다.

더구나 폴란드와는 달리 한국은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것이 대단하고, 어떻게 그렇게 발전을 이룰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합니다.


이메일로 한국의 이슈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다 보니, 어느새 영어로 쓰기가 조금씩 되더라고요.  


폴란드 친구가 보내준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다람쥐들. 미국 여행 중 요세미티에서 켐핑을 했는데, 다람쥐들이 정말 많았다고 한다.


역시 폴란드 친구가 미국 대륙 횡단을 하며 만난 오래된 상점이라고 보내준 사진. 작가여서 그런지 너무 생생하게 여행을 표현했다.


그 친구들 외에도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깊이 있는 대화는 불가능, 얕은 대화를 나누는 수준인데요.
여전히 잘 안 들립니다만, 그래도 영알못이던 제가 이렇게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싱가포르에 사는 친구는 내년 3월에 한국에 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때 그 친구가 좋아하는 산에도 가고, 막걸리, 소주도 마시고, 동네 시장에도 가보기로 했는데요.

외국인 친구를 사귀면서 덤으로 영어 공부까지 하다 보니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점!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곳곳에는 자기만의 인생을 즐기며, 멋지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느낄 수 있다는 점 !!
의외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거나,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 올해 초에는 아예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도 듣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막걸리를 닮은 필리핀 술 lambanog. 코코넛으로 만든 전통 술. 싱가포르 친구가 대화 중에 알려주었다. 나중에 필리핀 여행을 가면 먹어보기로.


마흔 넘어서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의 장점은 시작은 느릴 수 있어도, 절실함과 꾸준함은 더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하면 되지 뭐'라는 생각을 잘 못 하게 됩니다.
지금도 늦었다는 생각을 하니까 '나중에'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가 않더라고요.

하나의 도전은 또 다른 길로 가는 문을 열어줄 때가 많습니다.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여러 나라를 다니며 여행하고, 그 나라의 좋은 사람들 만나서 인터뷰 하고, 그것을 글로 써서 나누는... '인터뷰 여행'이라는 컨셉의 여행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올 추석에 다녀온 베를린 여행이 그런 컨셉의 첫 여행이었는데요. 여행 이야기는 다음에 공유할게요.


ps. my language exchange 등의 외국인과 언어 교환을 할 수 있는 사이트나 앱이 여러 개가 있는데요.
주의할 점이 있어요. 아시아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기 칠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기꾼들이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너무 친근함을 표시한다거나, 부모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한국이나 일본에 땅을 사고 싶다거나, 나중에 은퇴하면 한국에 투자하고 싶다거나…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일단 좀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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