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뇌세포는 계속 생성될 수 있다
“요즘은 책을 읽어도 덮으면 하나도 생각이 안 나”
“옛날하고는 달라졌어”
마흔이 넘어가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얘기 들으면 슬프더라고요.
아직 우리에게는 만들어가야 할 날들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뇌과학에 대한 책이나 강연을 들어보면 의외로 우리에게는 많은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마흔이 넘어서도 뇌 세포는 계속 생성될 수 있다는 건데요.
새해를 맞아 어떻게 하면 뇌 쇠퇴를 막고 항상 풋풋하게 뇌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이야기해볼게요. 뇌가 잘 돌아가야 새해 계획들도 더 잘 행동에 옮길 수 있을 테니까요.
첫 번째 방법은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빠르게 걷거나 달리는 등의 유산소 운동이 좋습니다.
2007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는 실험을 진행합니다.
46마리의 생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눕니다.
2주 동안 한 무리는 쳇바퀴가 달린 우리에 넣고, 다른 무리는 쳇바퀴가 없는 우리 안에 둡니다.
그 후 생쥐들을 스캔하여 뇌의 혈류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본 결과, 바퀴 위에서 뛰었던 생쥐들의 해마 부분에 훨씬 많은 뇌세포들이 생겨납니다.
운동을 하지 않았던 생쥐의 뇌에서는 뇌세포들이 거의 생겨나지 않습니다.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신경과학자 아트 크레이머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6개월 동안 ‘활발하게 걷기’(시속 4.8키로 정도)를 규칙적으로 했던 6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뇌 이마엽의 회색질과 뇌들보(뇌량, 우뇌와 좌뇌를 연결하는 신경 다리)의 백색질 부피가 증가한 것을 발견합니다.
회색질에는 뉴런들이 들어 있고, 뇌들보의 퇴화는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연관이 있는데요.
규칙적인 걷기가 뇌세포의 쇠퇴를 막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로 뇌에 계속 인지적 자극을 주는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그러한 활동인데요.
독서하기, 단어 게임하기, 음악 레슨받기, 외국어 배우기, 여가 활동하기 등등 뇌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활동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점점 난이도를 높이는 활동에 참여하면, 뇌의 활동도 더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뇌의 인지적 비축분도 쌓아갈 수 있습니다.
인지적 비축분이란?
저축한 돈으로 어려운 시기를 견디듯, 뇌에 인지적 비축분을 쌓아놓으면, 치매 등이 올 때조차 치매에 걸리지 않고 그 시기를 넘길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례로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에서 소개한 베르나데트 수녀의 이야기를 하면요.
그 수녀는 84세에 치른 인지시험에서 최우수 성적을 거둘 정도로 나이 들어서도 활발한 뇌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85세에 심장마비로 사망 후, 뇌를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수녀의 뇌 속에는 알츠하이머가 널리 퍼져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치매 증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수녀는 평소에 인지적 비축분들을 많이 쌓아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뇌과학이 밝혀낸 중년 뇌의 놀라운 능력)에서는 이런 사례를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무기력 상태가 새로운 뉴런의 생산을 멈추게 하면서, 결국 인지적 자각도 떨어지고 우울해지죠.”
신경과학자 프레드 게이지의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뇌세포는 새로운 것에 적응하게 하고, 세계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게 하며, 우울증까지도 완화시켜줍니다.
신경과학자 프레드 게이지는 우리가 아플 때 우울함을 경험하는 이유도 새로운 뇌 세포가 생겨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거꾸로 마음이 무기력해지거나 우울해지면 새로운 뇌세포도 생기기 어려워집니다.
가끔 우울함이 찾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죠.
그렇지만 빨리 벗어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좋은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최근 며칠 몸 마음이 같이 다운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하면서 좀 많이 벗어나지더라고요.
"오늘도 많이 잤네"
너무 많은 잠을 자고 나면 늘 후회하며 해왔던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뇌를 위해서라도 잠을 8시간은 자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잠과 뇌에 관해 연구하는 뇌과학자인 매트 워커의 테드영상 '잠은 너의 슈퍼파워'를 봤는데요.
뇌와 잠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를 소개해요.
한 그룹은 8시간의 잠을, 한 그룹은 밤을 새게 하고 그 후 공부하는 뇌를 관찰했다.
수면을 취하지 않은 그룹의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이 40퍼센트가량 하락했다.
우리 뇌에 해마라는 기관이 새로운 기억을 수용하고 이를 저장하는 일을 한다.
앞의 실험에서 잠을 충분히 잤던 사람들의 해마에서는, 학습 관련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
잠을 못 잔 사람들의 해마에서는 이런 뇌 활동을 발견하지 못했다.
여덟 시간의 잠을 잔 실험 참여자들에게서는 '수면 방추'라고 불리는 전기적 뇌 활동이 관찰된다. 사람이 가장 깊은 수면 단계에 있을 때 발생하는 강력한 뇌파다.
이 뇌파는 수면 중 기억들을 뇌의 단기적 저장소에서 장기 저장소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잠자는 시간이 우리의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시간이라는 겁니다.
잠을 깊게 잘 자야 새로운 내용을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장기기억으로 잘 보관시킬 수 있다는 건데요.
매트 워커는 나이가 들어서 뇌가 쇠퇴하는 것이, 잠의 질이 떨어지는 요소와 연관돼 있다고 말합니다.
거꾸로 보면 잠의 질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뇌가 쇠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내가 잠이 부족한가?"
"내가 요즘 안 걸었나?"
"내가 새로운 인지적 자극을 뇌에게 안 줬나?"
"우울한 상태로 오래 있었나?"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 느낀다면, 나이를 탓하기보다 나의 활동들을 점검해보면 어떨까요?
많이 걷고, 배우고, 대화하고, 웃고, 잘 자는 습관을 유지한다면, 언제까지나 우리의 뇌에서는 계속 새로운 뇌세포가 생성이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신경 발생이 나이와 함께 감퇴한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우리가 신경 발생의 과정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_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뇌과학이 밝혀낸 중년 뇌의 놀라운 능력)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조로 정리했습니다.
-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뇌과학이 밝혀낸 중년 뇌의 놀라운 능력) (바버리 스토로치 지음. 김미선 옮김)
- 뇌과학자 Sandrine Thuret의 테드 강연 ‘새로운 세포를 어떻게 자라게 할 것인가’(You can grow new brain cells. Here's how)
-뇌과학자 Matt Walker의 테드 강연 '잠은 당신의 슈퍼파워다' (Sleep is your superpower)
- 미래를 위해 자산을 쌓듯, 뇌의 자산도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