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계절을 누리며

편의점 알바, 자동차 배달

by Glory

본업을 내려놓은지 언 2년여.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하기 위해 편의점 알바와 자동차 배달 일을 병행 중이다. 워낙 사람들이 많았던 곳에서, 그것도 관리하고 이끄는 자리를 10년 이상 지속했던 이 화근이었을까. 어느 날 급체한 속이 턱 히 듯 번아웃이 찾아왔다.


나이 40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무슨 편의점 알바이며, 무슨 배달일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현시점으로 볼 때 나에게 이만한 일은 또 없다. 중점은 이것이다.


혼자 일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메리트(merit)였던 것이다.


편의점일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전 근무자와 교대할 때를 제외하면 누군가와 마주칠 일이 없다. 잠깐의 인수인계 후 '수고하셨습니다' 한 마디면 일에 어느 정도 능숙한 내게 있어서는 그때부터 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물론 손님들은 끊임없이 오가지만 그것은 거래상 관계 뿐이며,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일뿐이다.


다음은 배달 일이다. 민첩한 몸을 가진 나에게 있어서 운전이 업이라면 그것은 천직일 것이다.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운동이나 운전과 같이 역동적인 것을 못한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제격이다. 야기의 맥락을 따라 완벽함을 가미하자면 일은 편의점 일과 그 결을 나란히 한다.


혼자 일할 수 있다 것.


내 차이며, 내 공간이며, 버튼 하나로 출근하고 버튼 하나로 퇴근한다. 모든 것이 자유롭다. 배달상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주정차 카메라 단속이나 과속 카메라에 걸 과태료만 청구되지 않는다면. 어딘가에 차를 긁어먹지 않는다 전제만 있다면 만한 일이 또 없다.


물론 이러한 자유로움 안에 익숙해져 더 이상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기피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 또한 공존한다. 그러나 적잖은 시간 동안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하며 쌓였던 노폐물과 같은 것들이 조금씩 씻겨 내려가는 것들을 느끼고 있다.


본업을 잠시 내려놓으면서

원했던 삶의 방향성은 이러했다.


보고하지 않고 보고받지 않으며,

지시하지 않고 지시받지 않는 삶.


일시적이지만 러한 계절을 누리고 있는 요즘이다.

나의 배달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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