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쓸데없이 계획적인 상상을 매일같이 한다. 출근 시간에
우리 집은 역까지 네이버 지도 기준으로 12분이다. 하지만 뛴다면 4분, 빠르게 걷는다면 8분쯤 걸린다. 심지어 집에서 나와 일방통행 골목을 직진으로만 가면된다. 참으로 단순한 동선이지만 나는 매일 쓸데없이 계획적인 상상을 한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상상의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메가커피까지 빠르게 걷고, 도보가 등장하는 50M쯤부터 뛰어야지. 그래야 급행을 탈 수 있겠다. 아 그런데 도보에 은근하게 더러운 쓰레기나 종종 강아지 배변이 있어 괜히 밟을까 찝찝한데, 반대쪽 빌라 건물라인을 타고 걸어야 겠다. 아 하지만 여기로 걸어가면 빌라에서 갑자기 나오는 차나 사람들, 일방 통행으로 뒤에서 오는 차들을 피하기가 어려운데 어쩌지? 흠, 일단은 급행 시간을 맞춰야하니 뛸 수 있도록 도보로 가보자”
이런 무수한 생각을 하면서 뛰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차들과 반대편에서 등교하는 중학생 무리에 내 계획은 무산된다. 결국 8시 23분 용산행 급행열차는 타지 못했다. 사실 딱 5분만 일찍 일어났으면 됐을 일이다. 때문에 후회는 없다. 또한,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5분 빠르게 나왔다면 목표는 달라졌을 것이다. 분명 나는 ‘열차에 앉아갈 수 있는 상황’을 계획 했을 것이다. 당연히 탈 수 있으니 더 빨리 가서 자리에 앉는 상위 목표를 생각했을 터이다.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나 또한 그렇다. 출근이라는 작은 에피소드이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뿐이다. 계획은 늘 틀어지기 마련이고 늘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지만 이것을 매번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생각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달성해온 성과는 생각하지 않고 틀어진 계획들을 떠올리고 스스로 압박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되는 계획의 연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현재 매주 금요일마다 브런치에 글을 하나 올린다는 계획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많은 글을 작성해 보며 글쓰기 능력을 올리고 에세이 책 한 권을 내보자는 목표가 있다. 처음에는 출근길의 계획을 상상하는 만큼 쉬울 것이라 생각했으나 쉽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는 틀어진 출근 계획을 초연하게 바라보는 것 처럼 편히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냥 더 글을 써보고 더욱 노트에 흔적을 남겨 하나하나 쌓아보려고한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노력중이라면 화이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언가 틀어져 당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쓸데없이 계획적이었지만 실패했던 별것도 아닌 과거 상황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그러한 별것도 아닌 작은 실패를 떠올리며 다시금 각자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