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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 34개나 썼다!

24년 브런치를 다시 시작한 회고

by 단단지

오늘의 글은 이번 주는 뭘 쓰나하고 고민을 하다가, 나도 유수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처럼 올해의 회고를 해보기로 했다. 이번 주는 24년 내 글을 돌아본 회고이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당시 기자 일을 관두고 2년이 넘어가면서 글에 대한 목마름으로 시작했다. 뭘 쓸지에 대해 정하지 않다 보니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해 썼다. 하지만 정보 기반 글을 쓰는 것이 몸에 배 좀처럼 글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취재를 하지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찮음으로 연재를 멈췄다.


기자 때 하던 대로 하려면 직접 발로 뛰며 취재를 하고 다양한 창구에서 정보를 얻어 글을 작성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직장을 다니며 그런 노력은 쉽지 않았고, 글 주제, 독자 등에 대해 정하지 않다 보니 더욱 어려웠다.

그렇게 '사이버 명예훼손'과 '내 댓글은 악플일까?'라는 나름의 재밌는 글로 포문을 열었지만, 그다음에 작성한 몇몇 글들은 브런치 서랍에 고이 잠들어있다.


어언 약 5년이 지났다. 지난 4월 나는 일 관련해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느꼈고, 도망가고 싶었고, 뭔가 하고 싶은데 새로운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관성적으로 글을 쓰고자 다시금 마음먹었다. 처음 시작했을 당시 주제와 독자를 생각하지 않았던 점, 정보 기반의 글을 쓰면 조사하다가 지쳐서 글을 쓰기 싫어졌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래서 내 브런치는 평소 내가 떠들고 다니던 가치관이나 느꼈던 점. 혼자 센치해져서 푹 자아성찰에 절여진 그때의 그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쓰기로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뭘 쓰려고 생각하면 그 말이 '팩트'인 지 인터넷을 뒤져서 그 말을 써도 되는지 검증하고 있었다. 기자 때 버릇이 어디 안 간다고, 몸에 배어있는 글쓰기 형식을 버리긴 여간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검증 안 해도 되는 내 경험을 쓰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첫 글 '사과받는 방법'을 발행했다.

주제는 참 간단하게 정해졌다. 글쓰기 며칠 전 회의에서 상대가 뉘앙스상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고, 그에 대한 사과를 받고자 했던 당시의 행동을 적은 것이다.


한 번 작성해 보니 가닥을 잡았다. 이어서 내가 사회생활 하며 종종 사용하는 은은하게 사람 멕이는 방법, 나의 예의 바이블이 된 첫 직장 팀장님의 가르침, 자존감 떨어졌을 때 지인이 해줬던 말에 대한 글, 쓸데없이 잡념이 많은 나, 커뮤니티 돌다가 영감을 받은 글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하게 썼다.


그렇게 올해 24년, 34개의 글을 발행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3개다. 첫 번째는 처음으로 조회수 5000회를 넘었던 "아 순댓국밥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글이다. 이 글의 내용보다 이 상황이 우스워 기억에 남는다. 갑자기 글 조회수가 쑥쑥 오른다고 스마트폰에 알람이 마구마구 왔다.


보아하니 다음 웹사이트 어딘가에 걸렸나 보다. 그런데 허허 참. 이 글이 다음 모바일 웹 맛집 카테고리에 걸려있었다. 아쉽게도 이 글은 맛집 글이 아니다. 뻔히 예측되는 일이더라도 단정 짓지 말자는 뭐 그런 글이다. 이런 글이 맛집 카테고리에 걸렸으니, 기분이 오묘했다.


그래도 독자들에게 약간의 미안한 마음이 들어 댓글에, 인천에 있는 '동춘사골순대국 동춘점'이라고 남겨뒀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래저래 5000조회수를 넘어서 기분은 좋았다.


다음 글은 "쇼츠, 다시금 끊기로 마음먹었다"이다. 당시 약간의 글태기가 와서 정말 글이 쓰기 싫던 때이다. 그 주에는 필사적으로 글감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냥 쇼츠에 뇌를 맡겨 녹여버리던 주였다. 하지만 글은 써야 했다. 그렇게 짜낸 글이다. 한 번 다시 읽어보니 참으로 엉망이다. 쇼츠 못 끊은 것을 자랑이라고 쓰고 게임이나 하고 싶었나 보다. 고민하지 않은 것이 보여 창피한 글이다.


그래서 A/S 하는 마음으로 후속편을 쓸 예정이다. 안타깝게도 후속편 제목은 "쇼츠, 못 끊었다"이다.


마지막 3번째 기억에 남는 글은 3.9만 조회수를 달성한 "하루 팔굽혀 펴기 10개"이다. 이 글도 다음 어딘가에 걸려서 조회수가 급등했다. 직장인 카테고리에 걸려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제목 자체가 나름 직관적이다 보니 높은 조회수를 달성했다. 특히나 내 글을 온전히 감상한 댓글들도 달려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글태기가 또 오려고 하던 중이었는 데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아무튼 올해 쓴 글들을 회고하며 하나하나 읽어봤다. 그렇게 느낀 점도 있다. '나'라는 사람이 적립 혹은 정의된 느낌이다. 내가 늘 생각하던 나만의 가치관들을 글로 남기다 보니 소설 속 주인공처럼 무언가 일상의 에피소드 글로 설명이 되는 사람 같다는 기분이 든다. 더불어 스스로도 '아, 내가 이렇게 생각했었구나', '그렇지 나라면 이렇게 생각하지'라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또, 글을 쓰던 당시의 내 상태가 떠올라서 혼자 보고 느끼는 바가 많다.


보통 '성장한 것 같다'라는 말은 경연 프로그램 출연자나, 시험 따위에 도전해 성취한 사람,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나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 34개의 글, 약 9만 자의 글을 다시금 읽어보니 나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또한, 단점들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글에 대한 단점인데. 생각보다 오타가 많더라. 맞춤법 검사기로 한 번 싹 돌려보고 수정해서 올리는 데, 그것만으로는 안 되겠다. 더불어 어떤 글에서는 참 무언가를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하는 데, 어떤 글에서는 설명해야 할 것을 당연하다는 듯 스킵하기도 한다. 글을 쓴 내가 읽는 데도 뭔 말인가 싶은 포인트들이 몇 군데 있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어미들을 사용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정말 많이 보이지만, 쓰는 표현들이 비슷한 것을 보며 좀 더 고민해야겠다는 아쉬움도 남고, 글을 좀 미리미리 쓰고 다시 읽어보며 탈고, 퇴고를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도 남는다.


올해는 브런치 글 덕분에 나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 만족스럽게 만족스럽다. 내년에는 더욱이 다양한 시도와 영감으로 글을 써보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가능하다면 브런치 북이나 진짜 책을 내보는 기회를 잡아보면 좋겠다. 지금 노션에 버려진 아이디어의 흔적이 60개가 넘는다. 내년에는, 이 재료들로 머리를 싸매며 다양한 글을 발행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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