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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 못끊겠다.

by 단단지

새해 첫 글의 주제는 못 끊은 쇼츠의 이야기다.


나는 지난해 '쇼츠, 다시금 끊기로 마음먹었다'라는 글을 썼다. 그런데 한 해를 둘러보는 마음으로 작년 글들을 보는데, 이 글이 너무 마음에 안 들더라. 그래서 스스로의 A/S 하는 차원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오늘의 글은 그 고민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사실 지난 10월쯤 쇼츠는 끊었었다. 끊는 방법은 너무 단순했다. 롱폼 영상을 보거나 스낵류 게임을 하면 찰나의 지루함은 손쉽게 날릴 수 있었다. 버릇처럼 릴스나 쇼츠를 켜는 것을 멈추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어찌저찌 끊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주 지났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쇼츠를 끊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해서 쇼츠가 뒷순위로 밀리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말이다. 그렇다면 통제가능한 상황에 두면 쇼츠를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란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난다. 차라리 다른 생각을 채워 넣어 자연스레 그 생각이 밀어내버리면 잊기 쉬워진다. 행동도 이런 식의 방법으로 밀어낸다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쉬워질 것 같다.


그래서 새해 목표를 고민할 때는 쇼츠를 시간이 없어 못 볼만큼의 구체적인 행동들로 가득 채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재미 삼아 연말 와이프와 새해맞이 각자의 목표 10가지를 적었는데, 일부러 소박하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구체적인 목표들을 세웠다.


대표적인 키워드로는 글쓰기와 독서다. 지난해 나를 성장시켜 준 두 가지를 강화해 볼 생각이다. 브런치 글은 올해처럼 주마다 한 편씩 최소 50편 이상은 발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는 500자 내외의 글을 쓰는 텍스트 인플루언서 도전해 보기, 잡지 제외하고 책 6권 이상 읽기 등이 있다. 다른 것들은 지난해처럼 하면 해 낼듯한데 텍스트를 500자 내외로 주 5회 이상 발행하는 인플루언서 도전은 가능할까 싶다. 1월 중에는 컨셉을 잡고 시작할 예정이다. 500자는 채우기는 쉬운 양이다. 하지만 매일 주제를 뽑아내야 한다는 데에 있어 허들이 매우 높다고 본다. 사실 지금도 글 쓰는 자체는 쉽다. 다만, 매주 브런치 주제를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플 뿐이다. 주제가 문젠데 그것을 하루 단위로 하는 것은 쉽지 않겠으나 그 길을 가보련다. 결론적으로는 이러한 생각으로 하루를 흘려보내다 보면 쇼츠를 볼 시간이 있을까 싶다.


이어서는 독서를 옴니버스식으로 해보고자 한다. 출근할 때는 작은 에세이집을, 화장실에서는 온갖 트렌드 소식지를, 자기 전에는 잡지를, 그 외 짬을 내서는 일반 독서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오랜만에 독서를 시작하니 집중하는 나의 특징을 알 수 있었다. 재미없는 주제가 등장하면 눈으로만 글을 읽는다. 그럼에도 이해해 보고자 무수히 반복하며 말머리로 시선을 올려도 기계적으로 내려오는 것의 연속이다. 정말 싫어하는 주제를 볼 때는 마치 다이어트를 위해 퍽퍽한 닭가슴살을 씹듯이 맛은 포기하고 기계적으로 저작운동만 하고 있는듯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옴니버스식 글 읽기다. 소위 말해 노잼일 때에는 잠시 그 글을 멈추고 다른 글을 보는 것이다. 집밥만 먹다가 외식을 하면 즐겁듯, 다른 주제를 통해 독서의 맛을 리프레쉬하고 다시금 노잼 글을 읽는 방법이다. 간헐적으로 쓰던 방법인데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사용해 보고자 한다. 역시나 여기서도 이렇게 독서로 내 삶을 채우면 쇼츠?, 볼 시간이 부족할 게 분명하다. 분명 그래야 한다.


이 외에도 쇼츠 시청을 마구마구 괴롭힐 올해의 목표가 가득하다. 새해의 절친 다이어트도 다시금 시작할 생각이고, 잡지 연간 구독을 하나 늘려볼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내 업무적 인플루언스를 확장해 보고자 회사 지인분과 유튜브 팟캐스트도 계획 중이다. 물론 모두 "해야지!"라고 마음먹으며 생각만 한 것들도 있지만 올해에 다양한 계획들을 넣어 바쁘게 살아보고자 한다.


또한, 오히려 이러한 계획들로 한 해를 채우다 보면 쇼츠를 보는 행위는 문제가 없어진다. 어차피 위에 나열한 새해 목표들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역설적이게도 상황상 계획 관련 무언가를 할 수 없을 때 가볍게 쇼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쇼츠를 본다는 것을 인지하고 쇼츠를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모든 지루함의 찰나를 버틸 수 없어 쇼츠를 켰고, 그 지루함조차 인지하지 못하게끔 쇼츠를 봤기에 ‘난 지금부터 쇼츠를 잠시 볼 거야'라는 인지는 건강한 상태라고 본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무의식적인 상태로 쇼츠를 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든다. 어지간히 쇼츠가 보고 싶나보다. 당당하게 쇼츠를 보려고 정당하고 옳은 상황을 만든 고민의 결과물이랄까? 여하튼 나는 '쇼츠를 못 끊었다'기보다는 안 끊어도 되는 나로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다.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도 지난해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25년에는 작년의 주제로 셀프 A/S 해보시라. 후회하는 것을 밀어내는 더 좋은 것들로 올해를 가득 채우시고 가닥을 잡아 하나하나 만들어 가보길 권해드린다. 물론 나도 올해 잡은 계획을 달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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