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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글, 멈춘 사색

by 단단지

5개월이 흘렀다. 글을 안쓴 지.


글을 멈춘 후 가장 바뀐 것을 느끼는 데에는 깨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5개월만에 알게된 것은 내가 글과 함께 사색또한 멈췄다는 것이다.


그간 글을쓰던 약 1년동안을 떠올려보면 이렇다. 알수없는 불안감을 멈추고자 시작한 글쓰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철칙으로 세운 슬로건은 이랬다. "엉덩이가 무거우면 글은 써진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억지로 고민을 할 테니, 뭐라도 쓰겠지라는 막연한 주입식 교육같은 발상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출근해야하는 나에게 각 잡고 앉아 새벽을 지새우는 일은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었고, 엉덩이가 무겁다고해서 글감이 즙짜듯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글감이 없으면 발행날이 다가오는 것이 참 곤혹이더라. 매주의 일상은 똑같았기에 어떻게든 일상 어느 순간 속 글을 찾아내고자 찰나에 지나가는 단상들을 놓치지 않으려 아득바득 노션 위젯을 켜곤했다. 그렇게 나름 만족스런 글감을 찾으면 그주는 글은 다 쓴것 마냥 즐거워하며 한 주를 보냈다. 물론 막상 글을 쓰려고 앉아보면 허울뿐인 아이디어가 더러 있어 그때는 죽을 만이었지만 말이다. 그날은 죽었다 생각하고 몇시간이고 엉덩이의 무게를 늘리며 성공 혹은 실패를 맛보며 잠들었다.


이렇게 모아둔 글감만 노션에 60여 개가 된다. 나는 제목을 정한 뒤 그에 맞춰 내용들을 구상하는 편이다. 제목을 정해두면 그 제목 속에 있는 나의 에피소드나, 사색을 기반한 무언가 느낀바 등을 찾는다. 그렇게 재료들을 버무려 글을 완성하곤 한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단상을 모았고, 토요일부터 일요일에는 초고를 썼다. 월요일에는 다시금 읽어보며 내 생각의 변화를 스스로 읽고 글을 다듬었다. 그렇게 글을 발행하면 뿌듯해하며 다시 화요일을 시작했다.


근데, 5개월이 흘렀다. 글을 안쓴 지.


첫 주는 한 주 건너뛴 수준으로 느껴져 내 일상에는 변화가 없었다. 똑같이 단상의 끝자락을 붙잡았고, 찰나의 순간을 메모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몇주가 더 흘렀고 그렇게 글을 쉬어버렸다.


다시금 글을 써야지라는 다짐만 벌써 한 두달은 한 것같다. 자리에 앉아 글을 쓰기까지도 오래걸렸고,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항상 있던 노션 메모 위젯을 누르기까지도 몇개월이 걸렸다. 오랜만에 글을 다시 쓰려니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긴다. 지금까지 쓴 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문장 고민을 많이한 내가 대단해 보인다. 지금도 그렇게 쓸 수 있을까 싶다. 무슨 내가 작가도 아닌데,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우습지만 다시 잘 쓸 수 있을 까라는 두려움은 분명히 있었다. 게으름을 곁들인.


하지만 돌아와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유는 깨닫는데까지 몇달이 걸렸는데 이유는 사색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 처럼 글을 멈추면서 사색도 멈췄다. 물론 상상 속에 사는 내 MBTI상 사색을 안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항상 상상하고 망상하고 생각하고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게 나다. 그러나 최근 스스로 내면의 무언가를 끌어내는 사색은 없었다. 그 점이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만들었다.


이것을 알게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 때문이다. 말로만 약 5년째 떠들고 있는 유튜브를 다시금 해보려고한다. 그래서 주제를 무엇으로할지 최근 고민을 많이했다. 그러던 중 떠오른 생각은 유튜브 주제가 아니었다. '아 요즘 사색을 안하고 있네'라는 뜬금없는 결론이 얼굴을 내밀었다.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운동도하고 게임도하고 누워서 노닥거리고 유튜브보고 잠들고 다시금 출근하고. 이 삶의 반복은 분명 아둥바둥으로 보이지만 까보면 뭔가뭔가 비어있는 무언가 같다고 느껴졌다. 글을 발행하던 시기에는 어찌저찌 세상의 찰나와 순간과 단상을 정립하고자 노력하긴 했던 것이다. 그렇게 써온 글들은 사실 내 사색의 산물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내 글들을 둘러봤다. 여기에는 내가 원하는 내용들과 내가 다시금 되고 싶은 내가 담겨있었다. 힘겹게 글감을 찾으며 끈질기게 사색을 하려고 있던 과거의 나, 유튜브 주제를 찾고있던 요즘의 나에게 딱 들어맞는 주제들, 단순히 글을 많이쓰다보니 멋진 문장력을 갖고 있는 나 등 다양한 내가 그 속에 담겨있었다.

사색이라는 게 강제로 한다고 의미가 있을까 라는 반문이 무색하게 당장 소소하게 원하는 모든 것이 그 안에 있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사색과 집중, 글의 윤색과 첨삭으로 엉덩이의 무게를 재고있다. 이 맛이었지 싶으면서도 즐겁다. 이 글을 시작으로 글 멈춤과 함께 없어진, 혹은 빼았긴, 아니면 내가 버린 그 '사색'을 다시금 찾아올 예정이다.


글쓰기 다시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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