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소망 Sep 23. 2015

딸기맛 치약

아빠, 이건 나중에 동생한테 줄래

<일기와 수필사이>

  "어머니, 식탁 위에 딸기맛 치약 뭐죠?"

  지아가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들은 다 딸기맛 치약 같은 거 쓴다고 할머니께 사 달라고 말했단다. 그래서 할인마트에 장 보러 가신 김에 무(無)가 제일 많이 들어간 걸로 사오셨다고 하셨다. 자그마치 6 무(無)짜리 디보 딸기맛 치약이었다.

  난 아내가 지아가 어릴 때, 사라고 알려준 벨라다 치약을 유치원 입학까지 사용하였다. 그러다 유치원 입학하면서 별난 어머니의 글리스터 사랑 때문에 유치원에 작은 크기의 글리스터를 보냈다.

  지아 앞에 가서 조용히 무릎을 꿇고 지아 눈을 보면서 말했다.

  "지아야, 하얀 치약이 마음에 안 들었어?"

  "응. 친구들은 딸기맛 나는 거 쓰는데, 내꺼는 매워. 그래서 갖고 싶었어."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내 딸도 이제 친구랑 비교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한편으로 가시나 말도 참 잘한다 싶었다.

  "지아가 딸기맛 치약을 많이 갖고 싶었구나. 아빠는 그걸 몰랐네. 그럼 딸기맛 치약을 한번 사용해 보자. 대신 먹으면 절대 안 된다. 딸기맛이라고 먹으면 몸에 나쁠 수 있어."

  "네."

  난 내 아이가 어릴 적부터 남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면서 자라지 않길 바랬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아이는 아이니깐 금세 포기했다. 그래도 잘 자라겠지라고 위안을 했다. 사실 별거 아니니깐.


  다음날 저녁에 욕실에 딸기맛 치약이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 딸기맛 치약 안 챙겨줬어요?"

  "그거 지아가 나중에 동생 생기면 줄 거라네"

  "네?"

  "몰라. 니가 뭐라고 이야기해서 그런 거 아니가 니 말은 곧 잘 듣더라."

  '지아가 왜 그랬을까?' 고민을 고민을 했다.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아한테 물어봤다.

  "지아야, 딸기맛 치약을 왜 안 가져 가?"

  "그거 아빠가 결혼을 하잖아. 그러면 엄마가 생기고 동생도 생기잖아. 그러면 동생 줄래. 그래도 되지?"

  "어. 그래도 되지. 지아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속으로 '동생은 딸기맛 치약을 써도 된다는 건가? 그래도 지 동생인데'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 동생은 어디서 구해온단 말인가? 안되면 그거 은행을 통한 대리모라고 해볼까 인도에 많다던데 그거 하려면 돈도 많아야 된다던데 남에겐 쉬운 일이 나에겐 어려운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티브 잡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