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소망 Sep 25. 2015

엄마가 만든 자장가 불러줘

난 이 노래가 좋다. 언젠가는 아이가 아이에게 다시 불어줄 노래다.

<일기와 수필사이>

  잠자리에 누워선 오늘도 역시나 자기 싫은가보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밤이 밝아서 잠이 안 온단다. 어두운데 라고 하니 별 빛이 밝단다. 거북이 램프에서 나오는 별빛이 밝아 잠이 안 온단다. 잠을 자기 싫은 건지 아님 놀고 싶은 건지 그게 그건지 비슷하겠지만 말이다.


  "아빠 영어 잘하지?"

  "아니 영어 못하는데."

  "근데 왜 영어해?"

  "영어를 못하니깐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너 영어도 가르치고 싶고"

  "그럼 영어 잘한다고 믿어야 영어를 잘하지."

  "그래?"

  "유치원에서 줄넘기를 했는데 내가 처음 하는 건데, 잘한다고 믿고 하니깐 되던데. 아빠도 영어 잘한다고 믿어야지 잘하지. 내 말이 맞지?"

  "니 말이 맞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주변에서 듣는 말이 많다. 다른 건 몰라도 영어는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나 뭐라나. 아내가 지아를 가지고 얼마 안되었을 때 나중에 아이가 크면 엄마표 영어를 하겠다고 했었다. 요즘 현실을 몰라서인지 당시에 우린 학원은 보내지 말자고 약속을 하였고 아내는 영어랑 피아노, 난 독서와 수영을 맡기로 했었다.

  엄마표 영어라, 대신 난 아빠표 영어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어를 손 놓고 지낸지 십 수년인데 이제 와서 다시 하려니 앵간히 해서는 동화책 읽기도 힘든다. 그나마 유튜브랑 책이 잘되어 있어서 재미있긴 하지만 당장에 쓸데도 없고 수험생처럼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여튼 어렵다.

  그래서 목표를 세워보았다. '40에는 영어전담을 하면 어떨까?' 20대에도 못하겠다고 생각한 영어전담을 지금부터 준비해서 도전 해보면 어떨까?


  "아빠 나 잠와."

  "그래?"

  "뭐해? 노래 안 불어줘?"

  "응, 불러."

  "엄마가 만든 자장가 불러줘."

  우리 지아 잘 자요.
하나님 우리 지아 지켜줘요.
우리 지아 잘 자요.
하나님 밤새도록 지켜줘요.

 아내가 지아가 아기일 때부터 아이에게 불어준 노래다. 아내를 보내고 얼마 안돼서 갑자기 내가 부르려고 하니 생각이 안 났다. 이 노래가 생각이 안나 며칠을 멜로디와 가사를 찾아 지난 아팠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아이에게 남겨준 노래,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잊지 않기 위해서 처음엔 낮에도  흥얼거렸었다. 난 이 노래가 너무 좋다. 아이가 언젠가 엄마가 되어 다시 자신의 아이에게 불러줄 미래를 그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송편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