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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Oct 04. 2015

머털도사

묘선이를 그토록 부르던 머털이는 어디에 있을까

  "아들아, 너 서울에 큰 고모 알제?"

  "네. 그런데 고모는 왜요?"

  "지난번 상철이 결혼식에서 너 보고 간 다음에 혼처 알아보시고 연락이 왔네."

  "그래요?"

  "서울에 있는 사람이라는데 어떡할래?"

  "예?"

  식탁에 앉아서 아는 형이 추천한 책을 읽다가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고개를 드니 마침 어머니가 나를 보고 계시다 '이때다'하는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너 이제는 장가가야지."


 혼자 산지가 2년이 넘어가니 주변에서 슬슬 재혼을 하라고 독촉하기 시작했다. 나도 가고 싶다. 누군들 혼자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 주위에 시집, 장가 못 간 아니 안 갔다는 선배들도 사실은 혼자 살기 싫다더라. 더군다나 고등학교 시절 장래희망란에 좋은 아빠라고 적었다가 교무실에 따로 불려 가 담임선생님께 꾸중까지 들었으니 내가 다시 가정을 꾸려서 남편과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은 총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서른 중반이 되고 예쁜 딸아이가 있다 보니 누굴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그런 나에게 어머니께서 서울에 있는 여자를 만나보라고 했다.

  "뭐하는 사람이래요?"

  "이혼은 왜 했대요?"

  "예쁘대요?"

  "근데 서울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만나요?"

  이런 저런 질문들을 마구 던졌다.

  "만나서 물어봐라. 나는 모른다. 만나볼래?"

  "그분이 대구 내려오면 만나볼게요."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 아이 옆에 누웠다.

  '지아야, 미안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겠다.'

  아이의 엄마이자 나의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을 찾기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21세기 홍길동이 잠시 되어보았으나 '여보'라 부를 여자는 없었다. 괜찮아보여 마음에 담을까 싶다가도 나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었다.

  결혼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한 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법정 스님이 애지중지하던 난초를 친구에게 주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집착으로부터 홀가분해진 것처럼 나 또한 결혼이라는 중대한 미션을 최근에 내려 놓고서야 마음에 평온을 얻게 되었다.

  평강공주가 아닌 묘선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온달이 아닌 머털도사가 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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