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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Sep 26. 2015

송편 만들기

안 하던 걸 갑자기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하던 걸 잠시 안 했잖아.

<일기와 수필사이>

  내일이 추석이다.

  어릴 적엔 온가족이 거실에 모여 송편을 빚고 바로 쪄서 쫀득 쫀득한 송편을 호호 불며 먹곤 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추석 전날엔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송편을 만들었었다. 몇 년 사이 상황이 많이 달라진 난 다 같이 송편을 만드는 추석의 기쁨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었다. 어쩌면 포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머니는 달랐나 보다. 추석이 다가오자 다시 송편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난 썩 내키진 않았지만 아이를 위해서 다시 시작하자는 말씀에 그러기로 했다. 송편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추석 음식을 오후에 다 완성해 놓고 저녁에 텔레비전 앞에서 여러 명이 함께 만들어야 송편 만들기가 쉽게 끝이 난다. 그게 송편을 만드는 재미고 그 맛에 한다. 그리고 그만큼 생각보단 손이 많이 가기도 한다. 이번 추석은 사정상 음식을 만들 필요가 없어 우린 송편만 만들기로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바로 시작한 송편 만들기는 의욕이 부족한 건지 아님 피로가 누적된 건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결국 난 송편 쟁반 옆에서 엎드려 잠시 잠을 잤고 아이는 베란다로 봉봉을 뛰로 나갔다. 눈을 뜨고 보니 묵묵히 어머니 혼자서 송편을 빚고 계셨다. 송편 만들기에 흥미를 잃은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예전의 꽁냥꽁냥했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난 모든 일을 어머니께 넘겨 드리고 소파에 앉아 책을 봤다.

  한나절을 쏟아부은 이벤트는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끝이 났다. 어머니께 힘 드시죠, 내년엔 송편 사서 먹어요, 오늘 월배 시장 떡집에 줄 서던데 우리도 내년엔 시장에서 사서 먹자고  말씀드렸다.

  나에겐 이벤트라고 생각된 추석 맞이 송편 만들기는 어머니에겐 이벤트가 아니었나 보다. 혼자서 쌀 1되 넘게 송편을 만드셨는데도 웃으며 내년에도 해야지. 안 하던 걸 갑자기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하던 걸 잠시 안 했잖아라고 하셨다. 잠시지만 생각에 잠겼다.

  이제는 나도 다시 돌아가야겠다. 그리고 하던 걸 다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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