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소망 Apr 01. 2016

스토너

오늘도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야 말로 실패가 아닌 승리를 사는...


   소설 <스토너>는 매번 지고 살지만, 결코 실패라고 부를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시골 농가 출신으로 가업을 잇기 위해 진학한 농과대학에서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문학과의 불꽃 튀는 첫 만남은 아니었지만 그는 전공을 바꾸고, 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장만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소설은 "스토너"의 출생부터 기세까지를 사건별로 그리고 있는데, 그 사건들은 하나같이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왜냐면 그게 바로 우리의 인생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반전도 없고, 통쾌한 복수도 없다. 


  스토너는 초대받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내인 이디스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고 결혼하였지만, 그녀는 그의 사랑을 거부한다. 그녀에게는 그는 사랑이 아닌 아버지로부터의 도피처였던 걸로 보인다. 아버지의 죽음을 해방으로 여기는 느낌과 스토너와의 첫 정사 후 구토한 장면으로 봐서 그런 생각을 읽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내의 피난처가 되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한다. 

  너무 늦게 찾아온 사랑, 자신의 수업을 들었던 후배 여강사와 열렬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아니다.라는 것을 그는 늦은 나이 깨닫게 된다. 많은 나이 차이와 불륜이라는 사회적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을 하지만, 끝끝내 서로를 놓아줄 수밖에 없다. 그는 결혼도 사랑도 실패했다. 

  

  교육자로서 열의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자로서 연구에 몰두하여 책을 출판하며 자신의 분야에서 전성기를 보낼쯤, 대학원생인 제자 찰스 워커의 모함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그는 찰스 워커를 옹호하는 동료 교수 로맥스로 인해 아주 심한 곤욕을 치른다. 결국 그 사건으로 그는 조교수에서 더 이상 승진할 수 없게 되었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 분명 그가 잘못한 게 없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들을 통쾌하게 이기지 못한다. 그곳엔 반전은 없었다. 왜일까?


  인생에서 승리란 반전도 복수도 아니다.


  소설 <스토너>를 읽으면서,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와 기막힌 반전을 기대했지만, 결국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가정이라는 굴레 안에서 묵묵히 고독과 외로움을 견뎌내었고, 직장이라는 쳇바퀴에서는 쉼 없이 걷고 달릴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낸다. 너무 외롭고 힘들어 인생이라는 굴레를 벗어버리고 싶을 만도 할 텐데, 절대 그러지 않고 묵묵히도 부지런히 도 견뎌낸다. 우리들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갈 것 같다. 단 한 번의 멋진 복수와 반전이라는 승리는 없었지만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견뎌낸 것만으로 그의 생애는 승리라는 월계관을 쓰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의 삶을 승리라고 하기엔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어 보인다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자. 우리라고 별다른 인생을 살지 않는다.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고, 누군가에게 지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묵묵히 오늘의 삶은 기어이 살아가지 않는가!

  오늘도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야 말로 실패가 아닌 승리를 사는 것이고, 그렇게 살았던 <스토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수레바퀴 아래에서>의 한스 기벤트라는 사회와 규범 그리고 가족이라는 무게로 인해 무너지고 마는 우리의 모습이라면 <스토너>의 주인공은 무거운 삶의 무게를 당당하게 짊어지고 가는 우리의 모습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의 굴레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