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꽃 Sep 08. 2020

브런치라서 가능한 것

타인의 삶이 궁금해졌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생긴 변화가 있다면,

사소한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일에 대해 곱씹고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점점 내면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지나쳤을 일을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기게 된다.

나의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니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겠다는 고집으로 틈틈이 얼굴이 들어가지 않은 사진을 찍는 습관도 생겼다. 그래서 내 핸드폰에는 아이들의 사진 사이사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사진들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타인의 삶에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관심 있는 것에는 모든 것을 쏟아붇는 반면, 흥미가 없는 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요상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 피곤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모르고 싶은 것들이 생기게 되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생겨버렸기 때문에 앎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버렸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멍때리기, 책보기와 같이 정적인 시간을 보내곤 했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생각하고 글을 쓰고,

이전 글을 다시 읽고,

지금은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라도 고칠 부분이 보이면 수정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글이 궁금해지고,

내가 구독하는 사람, 나를 구독하는 사람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궁금해지고,

그 사람의 삶이 궁금해지고, 

그 사람이 궁금해졌다.


삶의 어떤 지점을 가만히 엿보는 것. 브런치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가능하다.

그건 대부분 한글자 한글자 진심을 눌러담고 스스로 검열하고 읽을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쓸때 뿐아니라 읽을 때도 모종의 책임감같은 것이 생긴다. 진심을 담아 쓰는 것만큼 진심을 다해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안다.


그래서 내 글을 쓸 짬은 잘 안나도, 휴대폰 메인 화면에 고정시켜놓고 틈나는대로 나의 과거 글과 타인의 글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현재 휴대폰 메인화면


다른 sns를 하지 않아 '좋아요'를 누르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편이라 유일한 소통의 장인 '브런치'에 '라이킷' 누르는 것을 매번 까먹고 눈팅만 죽어라 하지만, '브런치의 작가님들의 삶'에 한번 접속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내가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을 때면, 남편은 매번 "뭐해? 브런치?"하고 묻는다.

한번씩 내 휴대폰으로 브런치에 접속해서 내가 쓴 글을 찾으려 하지만, 내 글을 어디서 보는지 몰라 남의 글을 기웃거리다 나에게 들킨다.

나와 비슷하게 남의 인생에 별 관심없는 남편이 브런치를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난다.


미안하지만 남편에게는 내 브런치를 공유할 생각이 없다.

우리의 관계는 대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모르는 나를 들켜버릴 것 같아, 과장을 좀 보태면 첫날밤보다 더 부끄럽다.

나보다 더 멋진 글을 쓰는 작가님들에게 비루한 내 글을 보이는 것도 부끄럽지만,

같은 고민을 안고 같은 과정을 거치고, 같이 인생을 공유하니 브런치는 매우 공평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라이킷을 누르는 것만 잊어버리지 않으면 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오는 밤에는 무엇을 하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