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이라는 이름값에 스스로 짓눌리다
2014년에 개봉한 <겨울왕국>은 정말 센세이션했죠. 한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최초 1000만 관객을 달성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었습니다. 오랜 기간 사랑받는 신규 IP를 만드는 것이 버거웠던 디즈니에 새로운 빅 프랜차이즈가 생기는 순간이었죠. 디즈니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일찌감치 2편 제작을 확정했고, <신데렐라> 실사판이나 <코코>에 <겨울왕국> 단편 스핀오프를 콤보로 넣을 정도로 팍팍 밀어줬죠. 그리고 6년 만에 <겨울왕국> 속편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1편에서도 큰 떡밥이 없이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상황에서 2편에서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던 게 있습니다. 동시에 디즈니는 픽사의 <토이 스토리> 시리즈나 대놓고 떡밥을 던져댄 (그래도 참 속편 늦게 나온) 브래드 버드의 <인크레더블> 정도를 제외하면 메인 스튜디오에서 속편을 잘 안 만들기로 유명했으니까요. 설사 만든다 하더라도 <알라딘>이나 <라이온킹>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사라진) 디즈니 툰 스튜디오 등에 떠넘겨 만드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리고 정말 이번 속편에서도 대체 뭘 가지고 속편 만들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긴 합니다.
그 고민 결과 찾아낸 건 다름 아닌 ‘출생의 비밀’이에요. 어차피 판타지 영화에 근원 찾는게 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왜 안나에게 없는 마법의 힘이 엘사에게는 있는 건지, 전편에서는 프롤로그에 잠깐 나왔다 퇴장한 부모님의 정체는 무엇인지. 여기에다가 다시금 찾아온 아렌델 왕국의 위기와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면서 2편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프리퀄이 아니라 엄연한 시퀄이지만, 정말 어떻게든 극장용 속편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내어 서사를 짜낸 게 느껴집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는 건 서사는 물론 이미지적 연출의 측면에서도 계속 전작에 의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입니다. 전작의 줄거리를 다이제스트로 설명한 시퀀스가 몇 차례나 반복되고, 다시 몇몇 이미지나 전개는 전작의 데칼코마니를 한 듯 싶고. 마치 긴 무명 생활을 ‘역주행’으로 뜬 아이돌이 쉽게 그 ‘히트곡’에서 못 벗어나듯, 2편의 프로듀서나 제작진들은 이래저래 1편을 상당히 많이 신경쓴 측면이 보입니다.
물론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전작에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던 아렌델을 둘러싼 설정과 관련된 요소들을 많이 공개했고, 캐릭터를 집중해서 파고드는 이들이라면 흥분할 만한 지점도 가득합니다. 추가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정령’을 구태의연한 ‘의인화’에서 벗어나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적인 시각을 최대한 반영하려 형상화한 지점이었죠. 전작에서도 이미 ‘조신한 공주’는 아니었던 안나 캐릭터가 활약하는 모습을 더욱 강화하기도 하고요. 동시에 어떤 계기로 주인공 4인방이 뿔뿔이 흩어져 겪는 모습들은 마치 <서던 리치 : 소멸의 땅>이 생각날 정도로, 기묘함과 경이로움이 괴이하게 섞인 양상을 인상적인 이미지로 드러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런 지점을 고려할지라도, 6년 만에 돌아온 신작은 마치 <알라딘> 실사판이 그랬던 것처럼 스케일이 큰 듯 하면서도 미묘하게 수축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과 지역과 공간과 사건이 나오지만, 전반적인 전개가 전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확장의 감각보다는 수렴이 더 느껴집니다. 몇몇 시퀀스에서는 의도적으로 속편이나 스핀오프를 위해서 더 깊이 이야기를 안 끌고 나간다는 느낌마저 들기도 해요.
분명 준수한 작품은 맞고, 전편을 인상적으로 봤던 팬들에겐 좋은 팬서비스입니다. 여전히 여성 캐릭터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의 특성을 독특하게 살리는 것도 좋죠. 하지만 그 이상으로 디즈니가 2010년대 간만에 탄생한 메가 프랜차이즈를 ‘어떻게 안정적인 수익을 낳을 것인지’에 천착한 지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물론 디즈니는 예나 제나 항상 그러한 길을 걸어왔었죠. 어떤 의미론 그간의 전례와 다르게 과감하게 신작을 냈지만, 역설적으로 그 길이 안정적일 수는 있어도 새로운 시도를 나갈 수 없는 역설을 만든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