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유령선> 단평 : 억측과 음모론은 탐사인가

김어준이 기획한, 또 다른 허약하고 부실한 음모론 다큐.

by 성상민

<그날, 바다>를 만든 콤비 김어준과 김지영이 선거와 4.16을 맞아 다시 돌아왔습니다. 작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냈었는데, 이름을 바꾸고 살짝 상영시간을 늘려 정식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상영 시간이 50분도 안 되기에 할 말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스핀오프’라고 자신들은 쓰고 있지만 좀 더 맞게 풀자면 <그날, 바다>의 ‘DLC’라는 표현이 맞을 듯 합니다. 이 작품 자체적으로는 뭘 하는게 없고, 아예 작품 차원에서도 대놓고 “자세한 주장은 <그날, 바다>에서 확인하라”고 하니까요.

내용은 정말 <그날, 바다>의 판박이입니다. 계속 주장하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또 말하는데, 전작에서는 AIS 항적을 조작해 “배를 수심이 낮은 곳으로 끌고가 닻을 내려 전복시켰다”로 말한다면 여기서는 그 항적 조작을 위해 “실제로 없는 유령선을 만들었으며” “해외의 AIS 기록까지 한국의 누군가가 조작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미 전작이 억측과 음모론에 가득해있으니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긴 한데, 전작에 상관없이 이 작품만 놓고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똑같이 전작처럼 자신들이 내놓는 장면과 가져온 사례가 서로 충돌하는 부분이 여기서도 생깁니다. 특히 이 부분이 백미죠. 전세계의 배 44% 가량이 허위로 AIS에 실제와 다른 번호를 부여하고 해양 전문가의 말을 빌려 “소형 선적은 비용 관계로 AIS 장비의 설치가 제한적”임을 말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보여준 뒤에도 김어준과 김지영에게는 선적 등록 번호가 전혀 다른 것이 곧바로 세월호가 ‘국제 조작’ 되었음을 드러내는 지표가 되는 것입니다. 어업 구역 무단 진입이나, 기타 밀입국 등등 이미 여러 차례 활용되고 있는 선적 등록 번호 허위 입력은 이들의 논리 구조에서는 그냥 없습니다.

이렇다 할 오차를 설정하지 않고, 오차는 모두 ‘조작의 증거’로 치부하며, 이미 사전에 세팅된 논리를 그대로 갖다 박는 것이 대체 무슨 취재고 탐사입니까? 하지만 <유령선>을 <그날, 바다>에 이어 탐사 아닌 음모론 놀음을 또 할 따름입니다. 그나마도 핵심적인 부분은 하나도 없어 핵심적인 주장을 보려면 전작을 (돈 주고) 사라는, 러닝타임이 짧아도 딱히 깔끔하지도 않습니다. 막판에 해외 탐사 취재를 한다며 선박 GPS 좌표가 찍힌 중국 선전에 갔다가, 사실상 아무 것도 안 하며 그냥 돌아가는 부분은 이 작품이 놓인 스탠스를 그대로 보여주는 명장면입니다.

동시에 ‘세월호 고의 좌초설’을 계속 말하면서, 정작 안전 업무가 민영화되며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은 배가 침몰한 구조적인 문제는 물론 박근혜 정부가 유가족들과 소통하는 대신 권위주의적인 자세로 폭력에 앞장선 모습은 다루지도 않습니다. 사실 그게 중요한 문제 아닌가요?

애시당초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를 왜 굳이 좌초시켜야 하는지도, 이 작품은 말하지 않습니다. 배를 고의적으로 전복하게 만든 뒤 그래도 구조에 성공하며 지지율을 늘릴 구석을 만든 것도 아니고, 여러 구조적 문제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만 늘린 사건입니다.

세월호에 대해서 다양하게 들여다볼 구석이 너무나도 많은데, 이를 살피는 대신 음모론만 강조하며 관람료를 챙기려는 모습에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 복진오 감독의 <로그북> 같은 세월호를 진중하며 세심하게 파헤친 작품이 지금 이 시기에 많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김초희 <찬실이는 복도 많지> 단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