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아름, <박강아름 결혼하다> 단평.

결혼도, 다큐 촬영도 시행착오의 연속. 그러나 그러기에 의미가 살아난다.

by 성상민

2015년 자신의 첫 다큐멘터리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로 이름을 처음 알린 박강아름 감독은 무척이나 도발적인 시도를 보였습니다. 감독 자신이 전면에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야 흔했지만, 박강아름은 이 작품에서 일종의 ‘실험’을 감행했기 때문입니다.


첫 장편을 찍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한 번도 누군가와 사귄적이 없던 박강아름 감독은 자신이 ‘연애를 하지 못했다’는 것에 신경쓰는 것을 다시 활용하여, 자신과 타인의 시선을 ‘매우 적극적으로’ 다시 작품에 활용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여자답게 보이는 법’을 따라하며 소개팅에 나서 반응을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그 움직임이 여러모로 하나의 ‘모순’에 부딪치자 다시 거리로 나가 소위 ‘여성성이 있다’ 여겨지는 코스튬을 입으면서 대중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바라보는 감독 자신의 심리를 담았습니다.


단지 개봉만 못했을 뿐, 한국 사회 속 여성성이 어떻게 은연 중에 발화-작동하는지, 그리고 이를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내에 일종의 ‘패러디’로서 한꺼풀 벗기는 것이 가능한지, 여러모로 박강아름 감독의 이름을 강하게 인상에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이제 <가장무도회> 바로 이후의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자신이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에 신경쓰던 박강아름은 (지금은 ‘노동당’이 된) 좌파 정당 ‘진보신당’에서 활동가 ‘정성만’을 알게 되었고, 활동가와 당원 사이로 처음 관계를 맺은 둘은 다큐 제목대로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 단 6개월의 어학 연수로 그쳤던 프랑스 유학을 다시 재개하고 영화 공부를 하기 위해, 결혼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박강아름과 정성만은 프랑스 생활을 시작하게 되죠.


다큐멘터리는 이 두 사람의 (그리고 중반부터는 세 사람의) 프랑스 생활을 중심으로 다뤄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일상과 실험이 좌충우돌하며 여로를 그렸던 전작처럼 이번 신작 역시 일정한 길을 걸어가는 작품은 아닙니다. 초기 워킹타이틀이 <외길식당>이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은 본래 부부의 집에 한 팀 만을 초대하여 식사를 제공하는 ‘외길식당’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시퀀스를 담아내고자 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이 기획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애시당초 프랑스 유학을 밀어붙인 것은 아름이고 성만은 그에 휩쓸린 느낌이었으며, 옛날 어학 연수 시절을 살려 프랑스어를 할 줄 알고 공부라는 목표가 있는 아름과 달리 성만은 언어도 서투른 건 물론 가사를 전담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외길식당’은 아름이 같은 가사가 반복되며 주부 우울증에 시달리는 성만에게 일종의 ‘소일거리’로 시작된 프로젝트였고, 프랑스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를 낳지만 아름과 성만의 다른 상황은 이미 이러한 프로젝트로 간단히 해결될 단계를 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름은 임신을 하고, 곧이어 다가온 출산의 과정은 아름에게 큰 육체와 정신적 후유증을 가져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신체적인 아픔에도 불구하고, 아름과 성만의 사회적 입장은 바뀌지 않기에 갈등 또한 계속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름은 이번에는 커플이나 부부를 대상으로 ‘외길식당’ 시즌2를 기획하지만, 이 조차도 마냥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두 차례의 외길식당은 중간중간의 소소한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당초 세웠던 계획대로 원만히 흐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치 전작 <가장무도회>의 두 차례 실험처럼 말이죠.


뚜렷한 발단과 절정, 수렴의 서사를 원했던 이들에게는 당황스러운 구조의 작품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러기에 감독은 결코 쉽지 않은 자신과 성만의 ‘행로’가 최대한 드러나도록 카메라로 담아낼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부부’ 또는 ‘커플’ 사이에 생기는 위계나 간극이 생물학적인 성이나 섹슈얼리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와 계층에 기원하고 있음이 더 드러나게 되죠.


소위 ‘바깥양반’과 ‘안사람’으로 이뤄진 가부장의 구조는 아름과 성만에게 있어서는 뒤집어진 상태이지만, 구조만 뒤집는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무도회>가 실험의 시행착오를 통해 여성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문제의 책임이 결코 개인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였던 것처럼, <결혼하다>는 하나의 축을 둘 이상으로 넓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놓인 어떠한 지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고, 무너지고, 갈등하고, 다시 수습하는 과정에서 ‘결혼’이라는 것이 아름은 물론 성만,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보리’를 비롯해 새롭게 결합한 개인과 개인, 그렇게 태어난 새로운 개인이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짚는 것이죠.


아름과 성만은 물론, 심지어는 보리 조차도 서로와의 상호관계에서 마냥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감정이 오갑니다. 박강아름은 결코 개인 혼자서 풀기 어려운 일을 우회하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가는 대신 자신의 어떤 결점을 비롯한 가족이 생겨나고 유지되는 과정을 지긋이 카메라를 위치시키며 들어갑니다.



그렇게 번잡해 보이는 아름-성만-보리 가족의 모습은 번잡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을 수 있으며 완벽하지 않은, 그러나 그 부족함을 부정하는 대신 인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결혼과 가족의 조건을 말해내고 있습니다. 메시지가 마냥 강하거나, 깔끔한 결말이 아니지만, 실제 우리의 삶이 결코 그러할 수 없듯이 <박강아름 결혼하다> 역시 쉽게 풀릴 수 없는, 그러나 계속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지점에 대한 상기를 다큐멘터리라는 어법을 통해 풀어내는 것입니다. 마치 다큐의 막바지에서 비바람을 뚫고, 덩케르크 해변을 기어코 여행하는 아름-성만-보리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추신. 작품의 OST에 뮤지션 이랑이 영화에 맞춰 작곡한 오리지널 스코어가 들어갔습니다. 영화 개봉에 맞춰 디지털 싱글이나 앨범이 나왔을 좋을 정도로, 좌충우돌하는 작품의 분위기에 맞춰 고조하는 역할을 잘 이뤄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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