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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상민 Aug 15. 2022

<미니언즈 2> 단평 : 킬링 타임 레트로 애니메이션

진부한 구석은 여전해도 볼 거리는 늘었다

유니버설 픽쳐스 계열 애니메이션의  축에 <코렐라인 : 비밀의 > 이래 꾸준히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라이카 스튜디오가 있다면,  다른 축이자  축에는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2010년에  선을 보인 <슈퍼 배드> 성공 이후 <슈퍼 배드> 시리즈는 10 넘게 이어지는 간판 작품이 되었고 여기에 <로렉스> <그린치> 같은 닥터 수스 동화 원작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 <> 등의 신규 시리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탄대로만 있던 건 아닙니다. <슈퍼 배드> 시리즈는 이 시리즈의 실질적 대표 캐릭터인 ‘미니언’ 특유의 난폭한 귀여움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의 주자로 우뚝 섰지만, 시리즈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진부해지는 느낌이 강해졌죠. 악당을 자처하는 자가 사실은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사려깊은 사람이라는 스토리 라인, 미니언들이 벌이는 슬랩스틱은 흥미로운 구석이 있어도 이것만으로 계속 버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번 일본 여행서 USJ 안 갔다면 미니언즈 2는 그냥 안 봤을 듯.)


그렇다면 <미니언즈 2>는 어떨까요. 이전 작들과 크게 변했다고 말하기엔 어렵습니다. 전작처럼 1970년대 <슈퍼 배드> 시리즈 주인공 ‘그루’가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미니언즈의 좌충우돌 코미디 액션을 레트로 스타일로 보는 거죠. 그 사이에 다른 악당들이 나오고, 그루나 미니언은 악당이 되고 싶어하지만 얼떨결에 세상을 여차저차 구하고… 애시당초 ‘착한 악당’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니 그런 메인 스토리 라인 자체가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대신 <미니언즈 2>는 전작에 비해 레트로한 감성을 상당히 강화시키며 매너리즘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전작도 1960-70년대가 배경이었자만 미니언 탄생의 (아주 약간) 비밀, 그리고 그루를 새로운 보스로 만나기까지 과정에 초점에 맞추다 보니 레트로는 약간의 양념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대놓고 레트로적인 요소를 강화하며, <슈퍼 배드> 시리즈와는 다른 결이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거죠. 원색과 각종 볼륨 업 된 의상으로 가득하고, 디스코로 온 동네가 울리며, 한창 북미를 강타하던 히어로 만화와 이소룡의 액션을 애니메이션에 한 가득 버무리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플롯 차원에서는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최소한 보는 재미가 좀 더 있습니다. 특히 이소룡 영화 특유의 쿵푸 액션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후반부의 모습은 이소룡의 영화를 가득 받고 나왔던 수많은 아류작을 다시 패러디한 애니메이션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런 점들이 <슈퍼 배드 2>가 완벽하게 참신한 작품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전작의 묘한 밍숭맹숭함 보다는 좀 더 흥미로운 여지를 만들어내는 게 있습니다. 물론 그 볼 여지가 ‘레트로 감성’이긴 해도, 그냥 허투루 레트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쁘지 않고요. 킬링타임 무비여도, 최소한의 성의가 들어간 킬링타임 영화이자, 가족 모두가 함께 볼만한 패밀리 애니메이션인 것입니다.


덤. 작품의 번역이 그럭저럭 평이한데, 오프닝 스탭롤에서 ‘양자경’의 영문 이름인 ‘미셸 여’(Michelle Yeoh)를 그대로 읽어 ‘미셸 여’라고 번역하는 거 보고 많이 놀란; 양자경을 아예 모르는 건지, 최소한의 검색이라도 못한 건지. 이 분 이름이 이번 작품으로 한국 처음 들어왔으면 그나마 이해라도 하지만, 양자경 작품이 하루 이틀 들어왔던 것도 아니고요.


여기에 많이 심하지는 않더라도 극중 인물이 읽는 언더그라운드 만화 잡지 <MAD>를 굳이 자막으로 소개를 한답시고 ‘월간 만화’라고 번역하는 건 왜 이렇게 했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딱히 중요한 장면도 아니었는데, 충격의 ‘미셸 여’에 이어 번역의 인상을 나쁘게 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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