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년에 참여한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 이제 공개해봅니다.
브런치 프로필에 간단하게 적어두고는 있었지만, 실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영화 정책을 대표하는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진행한 정책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화의 공동체 배급을 고민하고 실천 중인 협동조합인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모극장)에 연구 입찰에 참여해, 연구 진행자로 선정된 덕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운이 좋게도 그 연구에 참여하면서 정책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었고, 좀 더 '문화 연구'나 '문화 정책'이 무엇인지를 실제 연구의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보고서의 공식 명칭은 'KOFIC 인사이드 2018-03'이라는 연번이 붙은, <공공상영관 개념화를 위한 기초 연구>입니다. 연구 입찰 공고는 아마 2016년 말에 처음 공고가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2023년 현재도 한국 독립/예술영화가 놓인 배급과 개봉의 상황, 조금이라도 주류에서 벗어난 영화들이 쉽게 개봉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2016년은 지속적으로 실제 현장에서 개봉과 배급의 문제를 경험하는 영화인들과 관련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유통의 불균형을 지적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예나제나 개선되지 않는 '퐁당퐁당 개봉'의 문제, 독립/예술영화의 상영관 대부분이 수도권이나 잘 쳐도 부산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상영관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영진위 차원에서 정책으로 반영하려고 했던 결과가 이 연구 입찰 공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모극장의 김남훈 이사장을 비롯해 현재는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서 무척이나 고생하고 계시는 최혁규 님, 그리고 함께 독립영화의 비평을 고민했던 권진경, 권은혜 평론가와 함께 어떻게 '공공상영관'을 말할지를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히 공공기관에서 설립하니 '공공상영관'이라는 식이 아니라, 분명 '공공재'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주류에서 비껴선 영화들을 어떻게 공공의 차원에서 고민하며 실제 정책의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 시작 초반에 여러 차례의 논의나 자체적인 세미나 등을 통해서 고민했었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특히 저는 이런 류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어서, 정말 연구보고서가 어떻게 무사히 마무리된 것이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연구는 2018년 3월에 마무리되어, 보고서는 그해 12월에 발간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정인지 보고서는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공개되지 못했어요. 이후 5-6년의 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저는 어떻게 그 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어 아슬아슬하지만 계속 문화연구와 문화정책을 공부하고, 이따금씩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 업계는 연구를 준비할 당시 조금씩 싹을 타오르던 OTT가 지금처럼 빠르게 타오르게 되었고, 역설적으로 영화관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을 거치면서 큰 타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영화관이 조금씩 회복되는 사이에도, 한국의 영화관은 일부 작품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전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던 상황에도 '우리동네 소극장'이나 '인디서울', '별별시네마' 같은 공공이나 지역별 영상위 차원의 독립/예술/비주류 영화의 상영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더욱 축소되는 독립/예술영화의 자장을 넓히기는 어려웠습니다. 한국 영화가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커지면서도 수축되는' 상황이 한국 문화 전반은 물론 한국 영화에서는 심각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갈수록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재의 불균형한 상황에 대한 고민을 담아, <공공상영관 개념화를 위한 기초연구>를 몇몇 분의 도움을 받아 스캔하여 공개해봅니다. (온라인으로만 공개가 되지 않았을 뿐, 몇백부 가량을 실제 출간하여 오프라인으로 배포하였고 공공 예산으로 진행된 연구기에 저작권 차원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시 저를 비롯해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당시의 한국 영화 개봉와 유통의 상황을 고민하고, 국내외의 사례에서 해법을 찾아보고, 영화의 유통과 개봉에 있어 어떻게 '공공'을 호명하고 구현할 수 있을지를 다시 머리를 맞대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KOFIC 인사이트 2018-03 <공공상영관 개념화를 위한 기초연구>
https://drive.google.com/file/d/1dzU61vHoWeFTttvfvT1aF9f-mcJXbpQY/view?usp=share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