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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상민 Feb 12. 2023

와타나베 코토노 <금의 나라 물의 나라> 단평.

조금은 평이해 보여도 따뜻하고, 섬세한 원작을 더욱 섬세히 애니메이션으로

* 일본에서 1/27에 개봉해, 저는 2/12에 봤습니다. 한국 개봉은 아직 미정입니다.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로 이름을 알린 이와모토 나오의 동명 단권 만화가 원작입니다. (일본에서는 영화 개봉에 맞춰 잡지 연재시 컬러 페이지 전수록+단행본 사이즈를 원고 작업 사이즈로+미공개 단편을 수록해 다시 냈더군요.) 감독은 오래된 애니메이션 제작사 매드하우스의 신진 연출자이자, <BTOOOM!> <치하야후루> <노 게임 노 라이프> 등의 감독/연출을 맡은 와타나베 코토노입니다. 이번이 첫 장편 극장판 애니메이션 연출작이더라고요.



원작은 꽤나 동화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각각 이슬람/서남아시아의 문화권과 중앙아시아 문화권의 모티브가 느껴지는 캐릭터나 배경의 조형도 물론이고- 어찌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도를 뒤집은 것 같은, 서로 앙숙인 집단의 사이를 잇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풋풋하게 그린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동화적’인 분위기는 호평을 받은 동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서로 붙어있고, 서로가 교류해야지만 서로 잘 살수 있는데 툭하면 사소한 걸로 싸우는 두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나라 이름도 A, B로 짓고 그렇다 할 전쟁에 대한 묘사는 그렇게 크지 않았으니까요.


원작이 그렇게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국가’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구체적인 국가의 충돌에 대한 묘사를 피하고, 사랑으로 이 난국을 돌파하려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 작품은 원작의 구도에 충실하면서도 좀 더 ‘전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짝이나마 더 보여주려 합니다. 그 묘사는 직접적으로 유혈이 담겨있지는 않지만 (어떤 부분은 마치 벽화나 두루마리 그림처럼 표현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두 국가의 집권층들이 서로를 꺼려하는지, 특히 후반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자 주인공의 아버지’이자 ‘국왕’의 성격에 대해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원작보다 좀 더 감정적 개연성을 부여하려는 모습이 느껴지는 것이죠.


두 나라 사이의 감정 묘사에 있어서도 원작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국경 지대에 대해, 영화에서는 ’두 나라의 왕래를 차단하는 장벽이 지어졌다‘는 식으로 ’몇 백년은 족히 넘은 갈등‘이 무엇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변주의 폭이 큰 것은 또 아니라는 걸 유의해야 겠죠.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현실적으로 보면 안이해 보일지 몰라도, 처음에는 우연히- 그 이후에는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두 명이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몸소 자국와 상대국에서 감정의 골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아시아권 문화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컬한 배경에서 로맨스로 풀어내는 것이니까요. 원작과 비교하면 ‘후일담’이 좀 더 길어진 것을 빼면 크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판 개봉에 맞춰 낸 애장판 추가 수록 원고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의미로든 순수하고 소위 ‘세카이계’의 라이트한 버젼처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모토 나오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전작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처럼, 현실과 살짝 거리가 있는 배경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등장인물의 풋풋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는 접근은 관객에게 분명 온화한 마음을 주는 것은 사실 같습니다.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러한 접근법은 여전하고요.


상대적으로 평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살리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이미지 연출입니다. 상대적으로 정적인 장면이 많지만, 원작에서 사용되었던 ‘민속적 이미지/표현’을 더욱 극대화시킨 비주얼과 사운드, 상대적으로 정적인 장면에서도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묘사를 섬세히 보여주는 등 프레임 레이트를 가변적으로 늘리는 묘사, 그리고 후반부에 집중된 동적인 액션에 있어서도 꽤나 공을 들인 모습들이 여기저기 발견됩니다.


어찌보면 평탄한 리듬의 이야기에 애니메이션의 움직임 표현으로 강조점을 적절하게 넣어주는 느낌이랄까요. 이래저래 평이한 부분은 있어도, 나쁘지 않은 작품은 분명해보입니다. 단권인 원작을 적절하게 2시간 내외로 옮긴, 더도 덜도 아닌 수준으로 만들었달까요. 한국에 개봉한다면 한 번 쯤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덤. <금의 나라 물의 나라> 일본 개봉에 맞춰 연출자 와타나베 코토노가 여러 매체에 인터뷰를 했는데, 그 중 이런 내용이 있다군요. 아이를 그리면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육아 중에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은 무리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https://woman-type.jp/wt/feature/29835/ 한국에도 상징적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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