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상민 Apr 04. 2023

제이슨 무어 <샷건 웨딩> 단평 : 덜 불편한 어정쩡함

미묘하게 엇 나가는 로맨틱-액션-코미디, 그래도 모든게 뻔하진 않다

원래는 2022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로 공개된 작품이죠. 다른 아마존 오리지널 작품 영화 다수가 그렇듯이 한국 등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가 정식 법인으로 진출하지 않은 나라들은 별도로 판권을 판매했고, 한국도 그렇게 OTT가 아니라 극장 개봉을 했습니다.


내용은 정말 전형적인 미국식 코미디의 연속입니다. 변호사인 여성 달시(제니퍼 로페즈)와 야구선수인 남성 톰(조쉬 더하멜)은 곧 결혼식만을 앞두는 사이입니다. 꽤 갑부인 달시의 아버지가 (해외에서 고급 호텔로 유명한) 포시즌스 호텔을 빌려겠다고 했는데, 그냥 둘이 가진 돈만으로 결혼식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둘 다 고수익 전문직이어서 그런지 필리핀의 한 섬, 그것도 섬 전체가 리조트로 쓰이는 곳을 빌렸어요.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인 작품에서 그렇게 결혼이 쉽게 될리가 있나요. 달시의 아버지는 자기 아내가 결혼식장에 온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기보다 한참 젊은 애인을 끌고 오는 것은 물론, 달시가 그렇게도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달시의 전 애인인 션(레니 크라비츠)를 불러서 결혼식 전야부터 제대로 분위기를 망칩니다.


애시당초 달시는 그냥 결혼식 같은 거 하지 않고 둘이서만 조촐하게 결혼을 축하하고 싶었지만 반드시 결혼식을 해야 한다는 예비 시어머님의 성화에 못이겨 이렇게 작지 않은 결혼식을 열긴 했는데, 그래도 좀 너무합니다. 나름대로 성의일 수는 있겠지만, 자기 맘에도 들지 않는 구식에 꽉 끼는 '시가에서 2대째 물려오는 드레스'를 자기도 입어야 하고, 또 시어머님의 취향에 맞춰 역시나 구식인 가발까지도 올려야 하고… 그런데 아버지는 전남친을 불러 더욱 맘에 들지 않는 결혼식을 이상하게 만들고, 설상가상으로 이젠 자신의 반려자가 될 톰도 자기의 마음을 별로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참다참다 결혼식 당일날 제대로 화가 난 달시는 톰과 한판 싸우고 파혼 일보직전까지 가는데, 하필이면 이 때 섬에 총기로 무장한 해적이 쳐들어옵니다. 달시와 톰의 일가친척들은 물론 하객으로 온 사람들까지 모두 인질로 잡힌 가운데, 이제 둘은 싸움을 잠시 멈추고 목숨이 위협받는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힘을 합쳐야만 합니다.



뭔가 이렇게만 써놓으면 좀 재미가 있을 것 같죠. '로맨틱 액션 코미디'라는 말처럼 뭔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같은 작품이 나올 것만 같고요. 하지만 그보다는 많이 기대를 내려놓고 가야할 작품이긴 합니다. 액션이 있긴 한데 그렇게 풍부하진 않고, '로맨틱'과 '코미디'의 리듬도 뭔가 묘하게 반 박자 느립니다. 제니퍼 로페즈가 엄청나게 멱살을 잡아 작중의 분위기를 주도하기는 하는데, 조쉬 더하멜도 그렇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또 그렇지 않다보니 뭔가 혼자서 고군분투한다는 느낌이 강하고요.


어찌보면 미국에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결혼 전야 대소동'류 코미디에 액션을 끼얹은 느낌인데, 메인이 되는 대소동 코미디가 아무리 연대를 빠르게 봐줘도  2010년대 초반 맥지의 <디스 민스 워> 같은 느낌으로 정체되어 있어 뭔가 기묘하게 어정쩡한 감각이에요.


그래도 눈여겨볼 지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성인층 이상을 노린 미국 코미디 치고는 의외로 수위가 그렇게 쎄지 않습니다. 곧 신혼부부가 될 커플 이야기니 성 관련 코미디가 좀 있긴 한데 딱 정말 한국 개봉등급이기도 한 '15세 관람가' 수준이긴 해요. 화장실 개그도 거의 없는 수준이고, 오히려 액션 시퀀스에서 피가 나거나 살이 찢어지는 부분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더 쎕니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뭔가 묘하게 진부한 영화가 자극성도 줄어 더 지루한 느낌이 강해지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부분이 진부한 상황에서 그런 류의 코미디를 넣었다면 더욱 뻔했을 느낌이에요. 최소한 이건 그나마 변주를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제니퍼 로페즈가 꽤나 주도하며 나서고 있기에, 감독의 전작인 <피치 퍼펙트>처럼 여성을 앞에 내걸며 이끄는 코미디의 감각이 더 들기도 하고요. 게다가 감독부터 두 주연 모두 근래 필모그래피가 어정쩡했기에, 어찌되었든 작품이 해외에서 좀 주목받았던 만큼 중요 제작진이 간만에 기사회생한 프로젝트라는 의의도 있죠. (감독은 제이슨 무어도 <피치 퍼펙트> 이후로 많이 주춤했고, 조쉬 더하멜은 <트랜스포머> 시리즈 빼면 정말 건질 작품이 없다시피한 수준이고, 제니퍼 로페즈가 그나마 최근 <메리 미> 등에 나오며 한동안 바닥이었던 필모그래피가 살아나고 있는 수준이었으니.)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요소들을 빼면 딱 킬링타임으로 보기 좋은 코미디니, 너무 큰 걸 기대해서도 안 될 작품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여성 관객에게 덜 불편하지만, 매우 가볍게- 그냥저냥 적당하게 보다가 이따금씩 나오는 코미디 포인트가 맞으면 웃으면 될, 그런 작품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