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다 못해 퇴행하는 만듬새의, 영화가 되다 만 무언가.
세상에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좋은 영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도 무척 많습니다. 한국은 물론 어느 정도 경제 규모를 지닌 나라의 영화 가격은 먼 옛날처럼 싸진 않지만, 그래도 예매 경쟁도 없이 한 자리에 앉아 그럭저럭 시간을 떼우기에는 영화는 여전히 적당한 매체니까요. 영화에 대한 애정 없이, 싸게 만들어 빨리 사람들이 봐 돈을 벌기 바라는 영화들은 언제나 많았습니다.
2000년대 한국을 풍미한 ’조폭 코미디‘도 이를 위한 장르였죠. 비교적 싸게 만들 수 있는 액션과 코미디 두 장르가 만나는데 얼마나 가성비가 넘칩니까. 매우 얄팍하다 해도, 당시로선 돈을 벌기에 최적화된 장르였죠. 물론 모든 조폭 코미디가 싸구려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시기가 하수상했던 육상효의 <달마야 놀자>가 있었고, 그래도 봐줄만 했던 정흥순의 <가문의 영광>이 있었죠.
일단 조폭 코미디지만 액션의 비중은 낮고, 도리어 ‘조폭의 딸과 벤처 사업가 남성’의 로맨스를 강조하며 통속적이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느낌을 줬죠.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2002년에 나온 1편의 이야기입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진 2-5편은 이름만 ‘가문의 영광’이지 ‘두사부일체’나 ‘조폭 마누라’에 갖다 붙여야 할 전형적인 싸구려 킬링타임 영화였습니다. 2-4편은 아예 주연 배우 자체도 달랐고, 2012년의 5편 ‘가문의 귀환’은 10년 만에 1편 주연들을 불렀지만, 제작 기조는 2-4편과 차이가 없이 제작되며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더 지나, 무려 6편이 나오게 된 것이죠.
작품은 1편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2-4편 주연진들을 섞은 일종의 퓨전 리메이크입니다. 하지만 연출은 2-3-5편을 연출한 정용기에, 이 시리즈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회장이자 뜬금없이 4편을 연출한 정태원이니 줄거리만 1편일뿐 실질적으로는 2-5편과 차이가 없습니다.
애시당초 2-5편은 명절 시즌을 노리고, 작품성은 내팽개치고 관객 모으기에만 신경쓴 작품이니 이번 작품에 누가 얼마나 기대를 했겠습니까. MBC <라디오 스타> 등에 나와서 한 홍보도 ‘작품성은 버렸다’로 승부하며 ‘대신 재미있다’며 사람들을 모으려 하죠.
하지만 정말 이 시리즈가 재미 있었다면 10년 넘는 공백이 지나 나오지도 않았겠죠. 이미 조폭 코미디의 몰락과 겹쳐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의 기계적 반복으로 한 번 끊긴 시리즈의 제작진들은 아무런 반성도 없이 과거의 시리즈를 그냥, 아니 ‘더 나쁘게’ 반복합니다. 전작들의 철지난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에 여기에 은근슬쩍 온갖 불쾌한 비하와 위트하지도 않은 저질스러움을 끼얹는 것입니다. 여성에 대한 비하는 더욱 늘어났고, 여기에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또는 실제 인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을 연상하는 이에 대한 은근한 비아냥까지 있습니다.
코미디만 이상한 건 아닙니다. 홍보할 때부터 무척이나 빠르게 찍었디고 강조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영화의 거의 모든 부분이 망가져 있습니다. 분명 이어지는 시퀀스인데 화면 편집이나 사운드 믹싱이 엉켜있고, NG에 가까운 수준으로 연기를 하는데도 그게 그냥 스크린에 턱하니 나와요. 추성훈의 일본어 연기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한국어 연기보다 낫다면 믿어지겠습니까? 제작비를 어떻게 줄이려 스탭들을 무척이나 안 써, 팀 중에서 가장 많이 기용한게 스턴트인데 무술 장면에서도 박력이 안 느껴져요.
클라이맥스가 될 장면에는 DI를 엉망으로 한게 바로 티가 날 정도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성한 장면이 없습니다. 아무리 킬링타임으로 승부하는 영화라고 해도 최소한 영화의 기본은 되어야 하는데, 이건 영화가 되려다 만 무언가입니다. 오히러 낡다 못해 퇴행을 하고 있는 작품이 버젓이 등장하는 자체가 한국 영화의 현주소 같아요.
지인이 공짜로 표를 끊어주지 않았다면 절대 보러가지 않았을 작품입니다. 아니, 공짜로 봐도 시간이 아깝습니다. 지금 한국 영화는 어디로 가는지를 파헤치는 연구 목적으로는 조금으로는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보지 않는게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