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한계들과 아쉬움 속에서도 정공법을 택하다
<자백>은 처음에는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국정원 탈북자 간첩 조작 사건'이 된 초유의 사건부터 시작해 과거 중앙정보부 시절의 간첩 조작 사건을 잇는 정통 탐사 다큐입니다. 어찌보면 최승호가 원래 있었던 MBC에서 먼저 나왔어야 할 작품이죠. 물론 연출이나 전개를 극장에 맞게 호흡을 조절하긴 했다만, 내용의 두께를 채우려 애를 쓰는게 느껴집니다. 하긴 당연하죠. 취재 대상이 그 국정원인데.
검찰 이상으로 철저하게 비협조적이고, 당연히 정식 인터뷰를 하려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은 어쩔 수 없이 한계에 놓입니다. 과거 사건을 다시 바라보고, 현재 국정원/검찰이 말하는 거짓말을 들추는 등의 일은 할 수 있지만 정작 사건의 당사자에게 이유를 물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시퀀스가 후반에 보여요. 감독은 에롤 모리스의 <언노운 노운> 처럼 최고 책임자에게 사건의 진상을 캐묻고 싶어 하지만 당사자는 만나줄 생각도 않고, 결국 나오는 건 점잖은 질문으로 무작정 당사자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겁니다. 그간 한국 방송 다큐에 나오던 관습적 장면보단 살짝 낫긴 해도, 그러한 시퀀스들이 낳는 의미는 현재로썬 감정적 자극 이상 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좀 더 다른 지점들 (간첩/조작이 한국 사회에서 무엇을 상징하는가) 을 더 채우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묵직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힘이 좋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작품은 어쩔 수 없이 '프리퀄'일 수 밖에 없고 몇 년 후 진정한 후속작을 만나야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취재에 공고한 벽이 놓인 상황에서, 최대한 정공법을 택한 다큐입니다. 후속편은 부디 브라운관에서 만나길.
추신. 프로듀서로 최승호와 같이 전 MBC 출신의 외주 프로덕션 제작자였다가 <트루맛쇼>로 본격적으로 다큐 연출에 뛰어든 <MB의 추억> <쿼바디스>의 김재환이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몇 시퀀스에선 그의 흔적이 느껴지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