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죽거리는' 것으로는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다.
전진석 작가의 사건이 나온지 6개월도 안 지나서, <미지의 세계>의 이자혜 작가가 작품으로 성폭행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자혜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던 입장에서 솔직히 충격적이다.
언제나 그렇듯, 지금 사건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리고 동시에 누군가가 이죽거리듯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던 인간들 알고보니 다 쓰레기네'라고도 하는 건 그냥 언어도단이다. 살펴야 할 것은 만화계와 근래 계속 성폭행 사건이 쏟아지는 서브컬쳐계 내부의 작동 구조이다.
사회를 지적하는 작품을 그리던 이가 정작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으로 다른 작가를 부리거나,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박무직부터 시작해 정철, 전진석 작가 등의 사태로 이어진다. 서브컬쳐의 문제를 현실과 별개의 것이라 애써 설정했지만, 폐쇄적이며 성적 표현의 문제에도 둔감한 판 내부의 흐름은 결국 음습하게 물밑에서 어두운 사건을 계속 양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에 '페미들의 이중성'을 운운하는 자들이, 계속 연이어 벌어지는 만화계의 '관행' 문제, 표현으로 인한 폭력의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체 무엇에 관심이 있는 건가. 내가 싫어하는 작가 망하는 것?
오히려 몇 년 전부터 연이어 벌어지는 이 사건들은 현재의 한국 만화계, 그리고 서브컬쳐의 현 상태가 외견적인 발전 이상으로 내부의 흐름에 대해서 파악이나 이렇다 할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뼈저리게 이를 인식해야 한다.
그냥 한껏 (자기가 싫어하는) 작가 몇 명 이럴 줄 알았다, 이대로 망해라는 식으로 이죽거리다 관심을 끊는게 어떤 의미에선 이들이 저지른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아닐까. 만화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들이나 단체가 소극적인 움직임만 보여주는 사이, 서브컬처 내부의 문제를 단순히 남의 문제라 여기며 쓸데없는 간섭이라 치부하는 사이 괴언만 떠돈다. 그리고 폭력이 순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