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고운 감독 [호스트네이션]에 대한 단평
* 2016년 6월 5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관람하였습니다.
[호스트네이션]은 특별히 새로운 나용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지 오래인 한국의 E6 공연 비자와 그 비자를 받고 미군기지촌으로 '팔려 오는' 필리핀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요. 여러 번 언론에서 실태를 폭로하기도 했고.
하지만 다큐는 이 문제를 실태에 개입되어있는 여러 인물들을 파고들면서 문제적인 작품이 됩니다. 필리핀에서 한국 미군기지촌으로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들과 그 사업 구조에 개입되어있는 한국인 업주, 필리핀 인력모집책, 현지 한국인 프로모터. 이렇게 크게 네 개의 축에서 한국의 국제적 인신매매 사업의 실태를 파고듭니다.
이들은 어찌보면 가해자/동조자/피해자로써 규정지을 수 있지만, GV에서 감독이 말했던대로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행동이 딱히 문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생존을 위한 행동 중 하나라 생각할 뿐입니다. 팔려 온 필리핀 여성들과 필리핀 마담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필리핀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여기고, 한국인 프로모터/업주 역시 정부로부터 합법적으로 비자를 받고 영업하는 정당한 사업으로 여깁니다. 미군이 한국에 장기 주둔하며 생긴 기지촌 경제는 그렇게 모두의 생존을 이유로 어떻게든 굴러 갑니다.
그러나 모두가 이 사업의 문제성을 언급하기를 피하는 가운데서도 감독은 등장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오랫동안 이어진 사업의 실체를 은연 중으로 드러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저 이분법적으로 이 인신매매 사업을 그려내는 건 아닙니다. 사실상 문제를 방치하는 한국 정부, 그리고 자신이 택한 일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인 걸 알면서도 사실상 집안의 가장으로써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필리핀 여성의 처지를 모두 드러내면서 강력한 단속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아직 편집이 완료되지 않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겐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 심심하다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 국제적 인신매매 사업을 강력하게 비판하지 않는 것을 싫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층위를 이루는 이 회색지대의 산업을 다큐멘터리는 오랜 시간 다양한 지점들을 바라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 냅니다. 어떤 점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한 편의 사회과학 연구물이라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들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입니다. [레드 마리아 2]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같은 다큐멘터리와 더불어 근래 한국에서 나온 문제적인 여성주의 다큐라고 감히 부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