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필레 <겟 아웃> 단평.

2010년대 현대 미국의 시대정신이 담긴 블랙 코미디

by 성상민

서로 사랑하는 백인 여자와 흑인 남자가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부모님 댁을 방문하려 하고, 그러면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런 트리트먼트의 내용이 1960년대 영화라면 스탠리 크레이머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겠죠. 하지만 2010년대 후반에 제작된 <겟 아웃>은 다릅니다.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흑인이라고 대놓고 면박을 주지도 않고, 오히려 그들의 말투를 따라하려 하고 자꾸만 성품이니 육체를 칭찬하려 애써요. 이제 인종 차별은 사라진 걸까요?

그러나 영화가 말하듯, 그건 '아닙니다'. <겟 아웃>이 초반부터 스멀스멀 펼쳐대는 기운에서 느껴지듯, 여전히 흑인 차별은 상존하죠. 단지 드러내놓고 '경멸'하지 않을 뿐, 다른 방식으로 상대화하며 '혐오'하고 있는 겁니다.

<겟 아웃>은 한국인으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2010년대 미국이 어떻게 인종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토대로 장르를 약간 섞어 푼 블랙 코미디입니다. 감독이 원래 코미디언 출신이어서 그런지, 심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풀어 냅니다.

정말 영화의 요소 하나하나가 현대 미국의 초상이나 마찬가지에요. 여자 주인공의 아버지는 대놓고 자신이 '오바마 지지자'임을 말하지만, 딱히 흑인 남주인공을 깊게 이해하지는 않습니다. 백인 경찰은 백인보다 흑인을 좀 더 신경쓰고 조사하려 하고요. 그를 만나는 백인들은 자꾸 그의 (흑인이라 그렇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육체적인 '우월성', '쿨'한 감성을 언급하지만 그가 '사진 작가'로써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삶을 지냈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그의 문화적 특징만 자꾸 말할 뿐이에요.

게다가 역설적으로 그의 삶을 진지하게 묻고 말하려는 사람들은 그를 이해해서 묻는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이용하려 듭니다. 슬플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도 그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같은 '흑인'입니다. 물론 모든 '흑인'이 그를 이해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이 지닌 문화를, 거쳐온 삶의 여정이 탈각되어 있다면 그의 피부색이 아무리 검어도 (작중이든, 현실이든) 그를 흑인이라 말하긴 대단히 곤란한 것이죠.

그렇다면 영화는 그저 '흑인 마음은 흑인만 안다'고 무리짓기를 하는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단지 링컨이 노예를 해방하고, 오바마가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도 실질적인 삶의 조건과 문화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뿌리 깊게 박힌 고정관념과 혐오는 다른 방식으로 언제든지 표현될 수 있다는 겁니다. 마치 작중이든, 현실이든 경찰이 흑인을 더욱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흑인의 실종은 그저 웃음거리로 전락되듯이. 한국도 '흑형'이라 흑인을 칭하듯 말이죠.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사건을 전개하면서 현재 시점의 미국을 드러냅니다. (심지어는 '백인화'된 흑인들에 대해서도 말이죠.) 호러 영화를 기대하고 보러갔다, 조금은 섬뜩한 스탠드업 코미디를 본 느낌이랄까.

이러한 미묘한 차별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는 차원에서 마치 이경미의 2016년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호남'이나 '여성'을 그리던 시선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호러'로서만 평가하면 영화는 강렬한 저예산 저택/사이코 호러입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미국의 상황을 안다면 (특히 미국에서 계속 벌어지는 인종 차별의 실상을 느껴봤다면) 작품에 서린 미묘한 분위기는 픽션 속의 섬뜩함을 넘어 현실의 것이 됩니다. <겟 아웃>은 그렇게 픽션을 통해 현실을 뼈저리게 전달합니다.

추신1. 작중 '백인들 모임'씬에서 오직 딱 한 명, 아시아인(일본인이거나 일본계 미국인)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서 말이 좀 보이던데, 어떤 점에선 차별받는 건 비슷한데 '명예 백인'이 되고 싶어하는 동아시아인의 위치가 느껴지기도.

추신2. 남자 주인공 직업이 사진가인게 인상적이에요. 영화를 전개하는 핵심 포인트가 '사진'인 것도 그렇고요. 촬영을 해야지만 알 수 있는 이야기, 직접 촬영되어야만 전해지는 문제들 말이죠. (그게 로드니 킹 사건이든, 어디든. 한국도 그렇죠 뭐.)

추신3. 정말 미국 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감이 더 확실하게 살고, 이해가 좀 더 쉽습니다. 왜 '브루클린' 출신인 사람이 이런 말투에 복장이면 안 되는 걸까요. 흑인 문화, 백인 주류 문화의 차이를 알면 좀 더 흥미로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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