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노무현입니다> 단평.

세련되게 선별된 '노무현의 역사' 다큐멘터리

by 성상민


이창재는 <사이에서> <길 위에서> <목숨>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섬세하게 짚은 다큐를 주로 만들었던 감독입니다. 그런 그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서 노무현의 여정을 다룬 <노무현입니다>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창재의 신작은 그간 노무현을 직간접적으로 다뤘던 작품들(<슬기로운 해법>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등) 보다는 확실히 유려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노무현의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과정을 베이스로, 그를 생전에 지켜봤던 여러 사람들의 증언이 담긴 인터뷰를 섞어내면서 노무현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나름대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푸티지 자료와 인터뷰이의 모습을 겹쳐 오버레이시킬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인터뷰이의 모습을 근접 바스트숏으로 잡는 게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다큐의 구성이 다양한 푸티지 자료를 활용하면서 그의 여정을 한편으로는 시계열 순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회고로 엮어내면서 그의 삶을 살펴나가는 것이죠. 최소한 작품 내적으로는 준수합니다. 감정선도 잘 건드리고요.


하지만 걸리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의 중심은 2002년 노무현의 기적적인 당내 경선 승리에 초점을 맞추지만 동시에 그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말들을 통해 그의 삶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재구성된 노무현의 모습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에요. 푸근하지만 강단도 있고, 카리스마도 지녔지만 사람 냄새나는.

이 지점을 너무나도 잘 캐치하고 있기에 작품은 꽤 볼만한 '전기'는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노무현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투사할 수 있는' 역사적 순간만을 선별적으로 골라 보여준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인제를 비롯한 보수 언론이 '정책 없이 색깔론으로만 공격한다' 말하는 인터뷰가 나오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노무현이 말했던 '정책'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시민'과 '참여'라는 모호한 레토릭만 계속 구사될 뿐.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인터뷰 시퀀스에서는 나라종금 뇌물수수 사건으로 곤욕을 겪었음에도 자신을 지켜준 노무현의 인품을 말하지만, 왜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동료로써 지켜야만 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접근은 없습니다. 노무현이 당선된 새천년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오픈 프라이머리)가 '시민 혁명'이라는 언급은 있지만, 그가 당선되기 전의 공약은 물론 그가 당선된 이후의 상황과 시행착오에 대한 언급 역시 없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닙니다. 이를 다루는 순간 영화가 애써 구축했던 노무현에 대한 이미지는 깨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마치 '위인전'이 어떤 사람에 대해서 흠모할 수 있게 만들 수는 있어도, 그 이상으로 인물에 대한 다각도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듯 다큐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추억도, 부정도 아닌 좀 더 건조하게 그 시절을 바라보는 자세가 아닐까 말이죠.

배급사 CGV아트하우스의 상영관 독과점 논란이 있지만, 동시에 좌석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분명 어떤 식으로든 노무현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무현, 두도시 이야기>에 이어 <노무현입니다>도 흥행에 성공했으니 이런 식의 인물 다큐는 계속 나오겠죠.

하지만 이런 다큐들이 계속 양산되는 상황이 오히려 한 시대나 한 인물에 대한 접근을 오히려 제한적으로 만들고 있지 않나는 고민은 지우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언제까지 역사가 '신화'나 '위인전'에 머무를 수 없듯.

추신. 작품 말미 스페셜 땡스에 '황우석'이라는 이름이 보이더군요. 제발 동명이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신2. 작품 결말부 서거 후 장례식 장면에서 태준식 감독의 전작에 담긴 장면을 가져왔더군요. <당신과 나의 전쟁> 아니면 노무현재단이 제작에 관여한 <슬기로운 해법> 일텐데. 전자였다면 참 아이러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이 낳은 불씨로 촉발된 2009년 쌍용차 노동 탄압 사태가 노무현의 죽음으로 묻혀졌다는 시퀀스여서.

추신3. 사실 개인적으로는, 사회 운동을 하던 이들이 바라본 노무현에 대한 기억이 영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양가적일 수 밖에 없으니. 마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그렸던 '동지 노무현'에 대한 회고처럼 노무현의 이상과 행로, 그리고 한계를 종합적으로 짚어내는 기획이 나오는게 앞으로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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