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떠돌이 개에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역사를 짚다.
김보람은 전작 <결혼전.투>와 <독립의 조건>을 통해 자신과 자신을 감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결혼 적령기'에 놓인 자신, 그리고 집을 나와 '독립'을 하게 된 자신. 김보람의 첫 장편 다큐 <개의 역사> 역시 감독 자신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야기는 자신을 중심에 놓으면서도 확장한다. 그 방식은 처음 접하는 순간 마치 손경화의 <의자가 되는 법>처럼 연상에 기반을 둔 확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다큐는 시놉시스나 초반 지점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던 지점으로 흘러간다. '개의 역사'라는 제목과 달리 후암동의 개 '백구'는 곧 사라지며, 감독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동네를 떠나야만 한다. 감독은 홍은동에 다시 거처를 머물고, 그곳의 역사를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표집을 시도하지만 이 또한 마음먹은대로는 되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감독은 홍은동을 떠나 14번째 이사를 준비한다.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게 보이는 동네 떠돌이 개, 필부필녀의 삶. 후암동의 어떤 동네 주민의 말대로 보통은 '굳이 찍고 담아낼 이유가 없는' 존재들의 이야기. 동시에 역사가 쉽게 휘발되고, 퇴적되기 어려운 서울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한계가 된다.
하지만 감독은 마치 두 편의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반강제적으로 서울을 떠돌아 다니면서 모았던 삶의 편린들을 묶어내 기록되지 못하지만 마냥 사라지게 놓아둘 수 없는 삶의 중요성을 말한다. 무척이나 미시적인 접근이지만 서울, 다시 한국의 공간이 거시적인 흐름에 쉽게 휩쓸리는 와중에서 이러한 접근은 어떻게 '역사'를 바라보고 기록할 것인지를 고민케 한다. 마치 박영임의 <이름없는 자들의 이름>이 그랬던 것처럼, '동네'와 '사람'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의 확장을 통해 <개의 역사>는 미세하고 세밀한 시선이지만, 한편으로는 확장성을 담지하고 뻗어나갈 가능성을 담긴 작품이 된다. 사소하지만, 그 결과물에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