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범>의 흥행에 대한 단상.

새로운 독립영화의 배급 및 상영 방식을 고민하기 위해

by 성상민

용산 참사의 ‘피의자’로 몰린 이들의 이후 이야기이자, <두 개의 문>의 후속작이자 스핀오프의 성격을 지닌 <공동정범>의 흥행이… 참 어렵다. 73개관 개봉, 개봉 6일차 관객 4,185명. (개봉 이전 관객 제외시 2,389명) <두 개의 문>이 16개관 개봉, 개봉 6일차 8,452명(개봉 이전 관객 제외시 7,432명)을 기록했음을 생각하면 개봉관수는 약 5배 늘었지만, 오히려 관객은 줄었다.

극장에 걸린 관객수도 많고, 언론 환경은 2012년에 비하면 우호적인 매체가 늘어났음에도 왜 <공동정범>은 흥행이 어려운 것인가. 사실 생각해보면, 최근 1-2년 사이에 독립극영화/다큐멘터리의 흥행은 더욱 양극화된 형태로 드러나고 있었다. 단순히 대형 배급사나 영화관이 개입된 여부를 넘어,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 아니면 이슈가 되는 특정 소재(예를 들면, 페미니즘이나 퀴어, 종교)가 담겨 있지 않으면 순관객이 1만은 커녕 5천도 넘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랬듯이 설마하니 <공동정범>의 흥행이 어려우리라고 누가 예상했었을까. <공동정범>이 전작보다 수배 이상의 상영관에서 개봉한 것은, 전작 <두 개의 문>이 16개관에서 첫 주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찾고 공동체 (대관) 상영까지 호황을 이뤘기 때문이었으리라. 엣나인필름과 시네마달이 공동 배급한 <자백>처럼, 소소하게 이슈가 되어 이를 바탕으로 흥행하리라 여겼을수도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지금 <공동정범>이 놓인 현실은, 계속 라디오나 매체로 김일란-이혁상 감독이 나와도, 이명박의 구속 여부가 화두에 오르는 상황에서도 흥행이 저조한 모습이다. 어쩌면 <두 개의 문>이나 <자백>의 흥행 자체가 용산 참사나 간첩 조작 사건이라는 소재를 주목하는 대신 내가 싫어하는 이명박과 박근혜를 ‘뚜드려 패는’ 것에 환호해서 달성한 성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용산 참사로 구속된 이들은 사면 복권이 되었고, 이명박은 연일 수사로 얻어맞는다. <두 개의 문>이 <공동정범>보다 상영회차나 개봉관수가 훨씬 적어도 흥행이 더 잘 된 것은 이러한 ‘대리 만족’의 경험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그 징후는 최근에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비슷한 규모로 개봉해도 <더 플랜>이나 <저수지 게임>같이 현 정권의 스탠스에 부합하는 작품은 파죽지세로 흥행하지만, <불온한 당신>이나 <파란나비효과>는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 이미 독립영화는 자본과 정치에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 정치는 단순히 이명박과 박근혜에게만 해당되지는 않는 것이다.

최근 상영관 정책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며, 유행이나 주류적 흐름에 부합하지 않아도 상영될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주체적으로 생겨야 한다는 것에 더욱 고민을 갖게 되었다. 정권 교체에 환호하는 이상으로, 어쩌면 우리는 진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장벽에 도달한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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