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웹툰 작가실태 기초조사>.

보고서에 드러나는 한국 만화가의 현실과 인식

by 성상민

http://www.kocca.kr/cop/bbs/view/B0000147/1836508.do?menuNo=201825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8월 8일 <만화·웹툰 작가실태 기초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전에도 서울시나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차원으로 만화가들의 실태 조사 보고서가 작성, 발표된 적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보고서는 본격적으로 만화계 내부의 계약 문제, 노동 실태, 그리고 성적 차별-폭력 이슈가 불거진 이후에 진행된 조사다 보니 이전의 비슷한 조사에 비해서는 좀 더 세부적으로 문항이나 조사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드러내고 말합니다.

- 지역에 거주하는 작가일 수록, 계약 문제에 대처하기 어려워 함.

- 플랫폼-작가 계약은 해외 연재와 2차 저작권 협상까지 모두 한번에 포괄한 계약 형태가 가장 빈번함.

- 과반 이상의 작가들이 MG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받지 못함.

- 약 40%의 작가들이 작품 매출에 대한 결과를 제공받지 못하며, 설사 제공받더라도 단순 매출액만 포함된 정보만 제공받는 경우가 많음.

- 연재처(플랫폼)의 일방적인 통보로 연재가 중단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음.

- 표준계약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실제 사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음.

- 업태의 특성상 4대 보험에 가입한 작가는 거의 없음.

- 만화가들은 대체적으로 복지의 형태로 창작 지원금을 가장 선호하며, 이외에도 건강 검진, 세금-법률 상담, 그리고 '휴재 선택권'을 원함.

- 만화가의 연간 총수입은 3천만원 (월 250만원) 미만의 경우가 가장 많으며, 연 1천만원 미만의 수입을 기록한 작가도 24.7%에 달했음. 연 5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기록하는 작가도 16.3%나 있어, 만화가 사이의 수입 격차가 있음을 드러냄.

- 또한 2013년 이전에 데뷔한 작가들이 2013년 이후에 데뷔한 작가들보다 평균 총수입이 커, 경력에 의한 수입 격차도 존재함을 드러냄.

- 회당 평균 원고료는 50만원 ~ 100만원이 제일 많았음. 50만원 이하, 100만원 이상도 각각 20% 가량 존재. 이 역시 데뷔 시기마다 격차가 극명히 드러남.

- 만화 창작 활동 외의 수입원은 대부분 (61.5%) 없었음. 그 외에는 학교-아카데미 지원, 가족의 지원, 창작 외 일용직을 통해 창작 외 수입을 얻는 경우가 많았음.

- 창작 활동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휴식 시간 부족'과 '차기작 준비 기간 중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많이 응답함.

- 이외에도 과도한 작업으로 인한 건강악화, 작업시간 부족, 연재 마감에 대한 부담감을 창작활동의 어려움으로 다수가 고름.

- '직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어려움으로 고르는 경우는 가장 낮아, 만화 창작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과거에 비해 줄었음을 드러냄.

- 만화가들은 하루 평균 창작 활동 시간으로 10.8시간을 쓰며, 하루 평균 14시간 동안 창작 활동을 한다는 응답도 20.5%에 달해 수면-식사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상당히 존재함을 드러냄.

- 만화 창작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공정은 '스토리'와 '펜터치'라 응답함.

- 조사에 참여한 만화가들은 연 평균 창작활동 비용으로 1,127만원이 소요된다고 응답함. (도구, 장비 구입, 자료 수집, 보조인력-어시스턴트 인건비, 식비, 작업실 대여료 등을 포함한 금액) 단, 작가들의 응답은 연간 1000만원 이하의 빈도가 많았음.

- 조사에 참여한 만화가들 중 36.4%만 보조인력(어시스턴트)를 고용한다고 응답함.

- 보조인력과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17.7%에 불과해 거의 작성이 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냄.

- 보조인력 고용시 가장 큰 문제는 '비용'과 '업무시간 조절 문제'로 응답함.

- 보조인력에게는 회당 고정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평균 지급 비용은 31.4만원이나 10만원 ~ 20만원 사이로 지급한다는 대답이 가장 빈도값이 높았음.

- 조사에 참여한 만화가들 다수는 만화업계의 인권 침해 수준이 낮다고 인지하고 있었으나, 권위적인 분위기가 강함을 지적.

- 만화계 내 인권 침해의 유형은 인격모독이 제일 많았으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협박 ('갑질'), 성차별적 발언, 직업의 특성(예를 들면, 성인-BL 만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작가)으로 인한 인권 침해 순으로 가장 많았음.

- 인권 침해의 가해자는 플랫폼, 선배작가, 동료 작가 순으로 가장 많았음.

- 인권 침해 발생시 주변의 지인에게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43.6%) 호소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경우도 많았음. (16.7%) 협회나 경찰 (각각 12.1%, 10.5%)에 신고하는 경우는 적었음.

- 또한 인권 침해를 호소한 뒤에도 사후 조치가 있는 경우는 4.2%에 불과했음.

- 만화가들 대다수는 네이버나 다음을 비롯한 포털 연재를 제일 선호했으며, 레진-투믹스를 비롯한 웹툰 전문 플랫폼 연재를 희망하는 경우는 17.9%에 불과했음.

- 전반적인 창작 활동 만족도는 3.09점으로 보통 수준이었으나, 세부 영역(소득, 작업시간-환경, 복지, 안정성)은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만족도 결과가 드러남.




'대여점 책임론'이나 '청소년보호법 책임론'과 같은 과거 만화계를 휩쓸고 지금도 잔재가 남은 책임론은 한국 만화가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만화가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인 인식'임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이전보다는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상승했지만 대신 이전부터 이어져온 업계 내부의 고질적인 저임금, 과도한 노동 시간 투여, 그리고 결여되어 있는 복지의 문제가 대두되었죠. 인권에 대한 저인식의 문제도 함께요. 근래 시행된 비슷한 부류의 조사 결과도 함께 생각하면, 단순히 '없었다가 지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발생한 문제가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말이 옳을 듯 합니다.


동시에 보고서는 상당히 골치 아픈 지점까지 건드립니다. 주간 연재를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처럼) 어시스턴트 고용이 반쯤은 필수적이 될 수 밖에 없으나, 대다수의 작가들은 스스로 자신을 혹사하며 나 홀로 그림을 그리고, 설사 어시스턴트를 고용하더라도 계약서를 잘 쓰지 않거나 저임금의 비용을 주는 일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다시 어시스턴트 대우의 문제는, 결국 필연적으로 작가-플랫폼 사이의 계약과 작가 개인이 놓인 처우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근본적으로 작업 환경이나 처우에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지지 않고서는, 끊임없이 혹사와 저임금의 고리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수렁이 연결된 상태라고 할까요.


한편으로는 한국만화가협회(한국웹툰작가협회)-우리만화연대를 비롯한 오래된 만화계 작가 단체에 대한 불신이 담겨져 있는 것도 이번 조사 결과라 생각되고요. 보고서의 결론부에서 지적하듯, 만화계 내부의 수입 체계에 대한 좀 더 세부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여러 차례 만화계 내부에 대한 '정량' 조사는 이뤄져왔던 만큼, 데뷔 이전부터 데뷔-작가 활동으로 이어지는 만화가들이 겪은 삶의 경로에 대한 정성 조사가 더욱 충실하게 이뤄져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단순히 '고료를 올리는 것'이 답이 아니라 (보고서가 말하듯, 이미 데뷔 연차에 의한 고료 차등화는 현실화 된만큼.) 서로 다른 영역에 놓인 작가들이 각자의 실태를 바라보고, 이를 통한 연대와 움직임이 절실하지 않을까요. 이 문제가 결코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며, 해외의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만화 창작'이라는 업태 자체가 놓인 한계인 만큼. 상시적이고 오래가는 운동이 필요할 것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단평 : 10년의 선물